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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을 '원숭이 울음'에 비유하고…브레이크 밟은 미·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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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이 감돌았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중대 고비를 넘었다.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수입을 늘리기로 약속했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예고했던 ‘관세 폭탄’을 일단 거둬들였다. 다만 양국은 구체적인 숫자와 일정 등은 명시하지 않아 갈등의 여지를 남겼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중 무역협상단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17~18일 이틀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 협상단과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워싱턴에서 2차 무역협상을 벌였다. 이달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서로의 속내를 파악한 뒤 후속 협상에서 공통분모를 끌어낸 것이다.

워싱턴서 2차 무역협상 극적 타결 #중국 “미국산 수입 늘려 흑자 축소” #미국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 중지” #숫자·일정 명시 안해 갈등 여지도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성장과 고용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사람들.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주임.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사람들.

류 부총리는 성명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상호 관세 부과를 중지하기로 했다”며 “무역전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 발전과 인민의 수요에 맞고, 미국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윈-윈(win-win)의 선택”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인민일보는 “미·중 무역전쟁을 하지 않기로 확정됐다고 할 수 있다”며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의 시구인 ‘양쪽 강기슭에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 일엽편주는 이미 첩첩산중을 지나고 있구나(兩岸猿聲啼不住, 扁舟已過萬重山)’를 인용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중국에 농산품과 에너지 수출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고, 중국은 더 많은 에너지 공급선을 갖게 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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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무역적자 2000억 달러(약 216조원) 축소’는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마지막까지 ‘2000억 달러’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수용하라고 중국을 압박했지만 중국은 어떤 금액도 명시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중국산 제품에 연간 500억 달러의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자 중국도 미국산 철강과 돼지고기 등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맞서면서 ‘무역전쟁’의 위기가 커져 왔다.

류허(왼쪽)와 트럼프 미구 ㄱ대통령.. [중앙포토]

류허(왼쪽)와 트럼프 미구 ㄱ대통령.. [중앙포토]

미국이 가장 우려해 온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도 이번 공동성명에 포함됐다. 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에 최우선적인 중요성을 두면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중국은 특허법을 포함해 관련 법률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주정완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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