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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강해진 태풍…태풍센터, 최근접 거리·시간 정보제공

중앙일보

입력

국가태풍센터 2층 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태풍 예보관들. [사진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2층 상황실에서 근무 중인 태풍 예보관들. [사진 기상청]

지난 17일 제주도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국가태풍센터. 2층 상황실에 모인 태풍 예보관들이 한반도를 포함한 북태평양 전역의 대기 흐름을 분석하면서 태풍 발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4교대로 24시간 근무하면서 1년 내내 태풍을 감시하고, 하루에 네 번 태풍 정보를 발표한다.

"제주는 한반도를 통과하는 거의 모든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 같은 곳이에요. 여기서 태풍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멸할 때까지 태풍의 일생 전체를 지켜보죠."
김대준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이 상황판을 지켜보며 말했다. 그는 “어떤 게 태풍으로 발달할지 모르기 때문에 근무 중에는 한순간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

한반도에는 여름철을 중심으로 1년에 3개 정도 접근하지만, 남쪽 태평양 열대 바다에서는 1월부터 12월까지 평균 25개씩 생겨난다.

온난화로 태풍 점점 강력해져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태풍 노루의 모습. [NASA 홈페이지=연합뉴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바라본 태풍 노루의 모습. [NASA 홈페이지=연합뉴스]

열대저기압 중에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것을 태풍이라 부른다. 2008년 설립된 국가태풍센터는 한국에 영향을 주는 모든 태풍의 이동 경로를 분석, 예측하는 태풍예보 전담기관이다. 2002년과 2003년에 태풍 ‘루사’와 ‘매미’가 연이어 한국을 강타해 9조 원에 이르는 엄청난 피해를 남기면서 만들어졌다.
국가태풍센터에서 나온 정보를 바탕으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들이 태풍에 대비한다.

국가태풍센터 외경. [사진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외경. [사진 기상청]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최근에 태풍의 피해가 없었다고 안심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태풍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팀장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한 해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의 수는 6.1개 줄어든 반면 풍속은 초당 1.3m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1937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을 통과한 태풍의 바람 순위 10개 중 7개가 2000년 이후에 기록됐을 정도다.

올여름부터 맞춤형 태풍 정보 제공

위성에서 촬영한 태풍 노루의 모습. [기상청 제공=연합뉴스]

위성에서 촬영한 태풍 노루의 모습. [기상청 제공=연합뉴스]

점점 강력해지는 태풍에 맞서 예보도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팩스 통보 형식으로 제공됐던 태풍 정보는 변화무쌍한 태풍의 다양한 정보를 담지 못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국가태풍센터는 올여름부터 누구나 접속해 볼 수 있는 태풍 상세정보 홈페이지 서비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새로운 서비스는 다음 달에 첫 발생하는 태풍에서부터 적용된다.

태풍상세정보서비스로 본 제 18호 태풍 차바의 이동 경로. 서울의 최근접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 기상청]

태풍상세정보서비스로 본 제 18호 태풍 차바의 이동 경로. 서울의 최근접정보가 표시돼 있다. [사진 기상청]

이번 개편의 핵심은 태풍의 경로를 24시간 간격에 맞춰 직선으로 제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곡선화된 상세한 이동 경로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을 거쳐 가는 태풍 중에 이동 경로가 급격하게 꺾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재작년에 제주 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다. 이를 위해 예보관들은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모델 자료와 관측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1시간 간격으로 태풍의 진로를 판단해야 한다.

특히, 전국 시·도별로 태풍의 최근접 예상 시간과 거리에 대한 맞춤형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태풍 ‘차바’는 서울을 기준으로 10월 5일 11시에 420㎞로 가장 가깝게 접근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강 팀장은 “선택한 지역에 따라 최근접예상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동 경로 자체가 변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은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태풍상세정보서비스를 설명하는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 [사진 기상청]

태풍상세정보서비스를 설명하는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 [사진 기상청]

태풍의 정보도 더 세분된다. 그동안 값으로만 알려줬던 태풍의 최대풍속과 강풍반경, 이동속도 등이 그래프를 통해 제공된다. 강풍반경의 예보 기간도 3일에서 5일로 확대되고,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놓이는 폭풍반경의 예보도 새롭게 추가된다. 국가태풍센터는 이 밖에도 태풍이 온대저기압으로 바뀌거나 열대저기압으로 약해진 뒤에도 풍속 등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기로 했다.

최악 피해 준 태풍은 ‘루사’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엿가락처럼 무너져내린 경북 김천시 황금동 경부 하행선 피해현장. [중앙포토]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엿가락처럼 무너져내린 경북 김천시 황금동 경부 하행선 피해현장. [중앙포토]

태풍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 중에 피해액 기준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하는 기상현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 태풍 피해 분포도’에 따르면, 1982년 이후 한국에 영향을 준 62개의 태풍 중 피해액 규모가 가장 컸던 태풍은 2002년에 발생한 ‘루사’였다. 당시 약 5조의 피해가 있었으며, 30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했다.
바람이 가장 강력했던 태풍은 2003년에 전국을 강타한 매미였다. 당시 제주에서 기록된 일최대순간풍속은 무려 초당 60m나 됐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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