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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자리, 울산 현대차 … ‘공약지도’ 보고 제대로 뽑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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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호 12면

지방선거 D -25

“내년 ‘전기차 1만대’ 시대를 앞두고 있는 제주에 전국 처음으로 전기차 충전 빌딩이 들어선다.” “휴가철을 맞아 제주도가 렌터카 업체들의 전기차와 신차 테스트베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8월 언론지상을 오르내렸던 보도다. 제주와 관련해선 다른 어느 지역보다 전기차 보도가 많았다.

선관위 ‘우리 동네 공약지도’ #광역의회 “교육” 단골 레퍼토리 #전국서 4년간 14만5728회 언급 #“유권자는 동네 이슈 잘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공약 낸 후보 선택을”

“경기도 교육청이 ‘신학년 학교교육정상화’ 지원 계획을 내놨다.” “청소년 자치배움터 ‘몽실학교’가 개교 1주년을 맞았다. 몽실학교는 의정부 중앙초등학교 옆에 있던 경기도 북부교육청사를 리모델링해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배움 활동 공간으로 마련한 전국 최초의 마을학교다.” 경기도의 경우엔 교육이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www.nec.go.kr)가 서울대 폴랩(Pollab)에 의뢰해 제작, 온라인 서비스 중인 ‘우리 동네 공약지도’에선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별 관심사가 드러난다. 현재의 지자체의 임기가 시작된 2014년 7월부터 올 2월까지 ▶512개 언론사의 보도 622만9584건 ▶243개 광역 및 기초지방의회의 본회의 및 상임위 회의록 10만1835건 그리고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유권자 희망공약 2159건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다. 시·도 등 광역단체는 물론이고 구·시·군 기초단체까지 세분해서 들여다봤다. 특히 지방의회 회의록에 대한 전수 분석은 국내 최초 시도라고 한다.

지방의회 회의록 전수 분석은 국내 처음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공약 개발을 지원하고 유권자의 공약 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특히 유권자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해 자기 동네의 주요 이슈를 확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을 이끈 한규섭 서울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가진 권한이 큰데 비해 이들과 이들의 정책에 대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며 “유권자들로선 동네 이슈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지역별로 현안은 달랐다. 서울에선 이슈인데, 부산에선 이슈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많이 언급된 단어일수록 크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슈를 정리하는 ‘워드 클라우드’로 구현한 ‘공약 지도’에서도 확연했다.  <그래픽 참조>

언론 보도의 경우 서울과 관련해선, 서울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로 거론됐다. 사고나 연착 등 지하철 이슈도 적지 않았다. 이에 비해 부산은 신공항이 논란거리였다. 부산을 상징하는 행사인 부산국제영화제도 하나하나가 기삿거리였다. 대구와 광주의 경우 각각 지역 명소인 서문시장과 무등산이 빈번하게 언급됐다. 최대 산업도시인 울산과 관련해선 현대가, 경북을 두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가 쟁점이었다. 충북·전북·전남을 두곤 해당 지역에 위치한 국립대들이 주로 화제가 됐다.

지방정부를 견제하는 지방의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현안의 양상은 또 달랐다. 서울시의회에선 ‘학교’ ‘교육’ ‘학생’이 언급 빈도수에서 1~3위를 차지했고 ‘아이’가 5위였다. 경기도의회에서도 ‘교육’ ‘학교’ ‘학생’ ‘아이’가 수위권을 차지했다. 이 같은 양상은 다른 광역의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실례로 광역의회 회의록 중에서 ‘교육’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건 경기도의회의 2만636회를 포함해 모두 14만5728회에 달했다. 기초의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규섭 교수는 “모든 광역 및 기초의회에서 ‘교육’이 최상위 20개 단어에 포함됐다. 또 ‘학교’ ‘청소년’ ‘학생’ 등 교육관련 단어들도 그 뒤를 이었다. 가히 ‘교육공화국’이라고 부를만하다”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미래 교육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북·광주·대구 정치·행정 분야 관심

현안이 다르니 현안에 따른 관심도도 달랐다. ‘공약지도’는 ▶경제·부동산·일자리 ▶정치·행정 ▶교육 ▶복지 ▶문화·체육 ▶사건사고·자연재해 등 6개 분야로 나눠 지역별 관심도를 살폈다. 부산의 경우 6개 분야 중에서 경제·부동산·일자리에 대한 관심도(32%)가 전국 평균(19.8%)를 상회했다. 이는 부산의 취업난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산의 올 3월 고용률은 55.5%로 전국 최하위였다(전국 평균 60.9%). 정치·행정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은 광역단체는 경북(20.3%)과 광주(18.9%), 대구(18.8%) 순이었고, 교육 이슈는 인천(18.9%)에서, 복지 이슈는 대전(23.6%)에서 비중이 높았다. 문화·체육에 대한 관심도는 강원(26.8%)이 높았는데 평창 겨울올림픽을 주최한 광역단체란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

관심도의 차이는 기초단체 수준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을 예로 들면 중구에선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으나 중구와 접경한 용산구에선 KTX, 성동구에선 아파트, 종로구에선 도심과 청소년, 서대문구에선 소재 대학인 연세대, 마포구에선 한강이 주요 관심사였다.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구 간에도 미묘하게 달랐다. 강남·서초구에선 아파트와 건축이 이슈였으나, 송파구에선 청소년과 문화회관이 수위였다.

기초단체 이슈를 ▶경제·일자리 ▶정치·행정▶ 교육 ▶문화·체육 ▶사건사고·자연재해 등 5개 분야로 나눠봤을 때도 양천구에선 교육(33.5%)의 비중이 컸으나 마포구에선 문화체육(36.7%)이 주요분야였다. 전국의 분야별 평균은 ▶경제·일자리 20.2% ▶정치·행정 19.3% ▶교육 19.7% ▶문화·체육 19.6% ▶사건사고·자연재해 21.3%였다.

선관위, 유권자·후보자 간 정책 소통 창구로

유권자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선거정보’ 앱의 ‘우리동네 희망공약 제안하기’를 통해 나와 가족, 친구, 우리 동네를 위한 희망공약을 제안할 수 있다. 제안된 희망공약은 ‘우리동네 희망공약 보기’에서 각 시·도별 및 정치·교육·문화·복지 등 분야별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유권자가 제안한 희망 공약을 정당과 후보자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유권자와 후보자간 정책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관위는 5월 11일까지 제안된 희망공약 811건 중 우수 공약 150건을 모아 ‘희망공약 모음집(E-book)’을 제작하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5월 16일 현재 모두 2000건이 넘는 희망공약이 접수됐다. 이는 지난 지방선거 시기(1800여 건)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교육·환경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의 비중이 높아,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등 11개 정당이 최근 지방선거 10대 공약(http://policy.nec.go.kr)을 발표했다. 민주당·한국당·바른미래당은 미세먼지 해결을 10대 공약에 포함시켰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공히 5순위에 외교안보 공약을 내세웠는데 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한국당은 ‘완전한 북핵 폐기 위한 강한 안보, 당당한 외교’를 주장했다. 두 당은 경제 공약에서도 갈렸다. 민주당은 ‘상생하는 공정 경제’(8순위)를 강조했고, 한국당은 ‘기업에 자유를, 지역이 바라는 일자리를’(3순위)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실현되는 일상’, 민주평화당은 ‘소득·자산·부모 자산별 청년기본소득 도입’, 정의당은 ‘노동이 당당한 도시, 노동이 존중되는 지방자치’ 등을 내걸었다.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의 5대 공약은 28일 공개된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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