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레저] 렌터카로 누비는 사이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말도 마.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였어. 빡빡한 일정 탓에 온몸이 파김치가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패키지 해외여행 다녀온 사람들에게서 흔히 듣는 볼멘 소리다. 이뿐이랴. 비경에 느낌이 꽂혀 자연과 교감을 시작할작시면 어느새 "자, 출발 시간입니다. 버스에 오르세요"라는 재촉이다. 곤한 새벽잠을 깨우는 수탉 소리가 이보다 더 야속할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현지 사정을 모르니 따라다닐 수밖에. 그렇다면 매번 이런 불만을 반복해야 한단 말인가. 아니다. 방법이 있다. 적어도 남태평양의 보석 사이판에서는 말이다. 차 한 대만 빌리면 하루 정도는 여행의 자유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판> 글.사진=임윤규 기자

*** 한국 면허 OK, 한국말도 OK

사이판은 작다. 남북으로 약 21km, 동서로는 8.8km 밖에 되지 않는 제주도 10분의 1 크기의 좁고 긴 섬이다. 그러니 길 잃을 염려는 붙들어 매시라. 초행길이라도 문제없이 구석구석 누빌 수가 있다. 한국 운전면허증으로 차도 빌리고 운전도 가능하다. 운전석도 한국과 같고 교통법규도 거의 비슷하다. 렌트할 때 언어소통도 걱정마시라.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가 여러 곳 있다.

*** 쭉 뻗은 해안도로 … 오빠 달려

사이판의 서쪽은 해안도로다. 북에서 남으로 각선미 자랑하듯 쭉 뻗었다. 도로 옆은 거의 해수욕장이다. 도로 사정도 좋은 편. 그렇다고 마구 달리면 안 된다. 제한 속도는 시속 35마일(시속 57km). 도로는 굉장히 미끄럽다. 일반 모래가 아니라 산호 가루 모래를 섞어 만들어서 그렇다. 특히 스콜이 내린 후엔 더 하다. 이곳 바다는 천연 산호방파제가 파도를 막아 주기 때문에 물결이 호수만큼 잔잔하다. 야자수 그늘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그 밑에 차 세워 놓고 에메랄드빛 바다로 뛰어 들면 된다. 주차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사유지가 아닌 곳엔 아무 데나 주차해도 되기 때문. 서쪽엔 유명 호텔, 리조트와 번화가가 몰려 있어 쇼핑·식사·해양스포츠 등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참, 드라이브 분위기를 띄워 줄 음악 CD 한두 장 가지고 가는 센스를 잊지 말자.

*** 관광객은 모르는 '그들만의 쉼터'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남쪽 끝 래더비치. 그들만의 호젓한 휴식처라고나 할까. 래더비치는 절벽 아래를 돌 계단으로 사다리 타듯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100여m 곱게 펼쳐진 백사장과 채도가 조금씩 다른 일곱 빛깔을 내는 바다가 멋스럽다. 스노클링 포인트이기도 하다. 양쪽 절벽엔 크고 작은 동굴이 있다. 이보다 좋은 콘도가 있을까. 현지인들은 여기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햇살 마사지를 즐긴다. 주의 사항이 있다. 관광객이 뜸한 곳에선 중요 소지품을 차에 두고 내리지 마라. 손버릇 나쁜 이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 2차 대전의 흔적을 찾아

북동쪽은 경치 좋은 관광 포인트가 많다. 그래서 한때 국내 TV광고 단골 촬영지였다. 북쪽 끝엔 일본이 2차 대전에서 패전하자 사이판 주둔 일본군들이 만세 부르며 바다로 뛰어 들었다는 ‘반자이 절벽’과 ‘자살 절벽’이 있다. 당시 일본군 최후 사령부도 있다. 한이 서린 곳이지만 눈이 시릴 정도로 깎아내린 절벽이 장관이다. 일부 여행 안내서엔 영화 빠삐용 촬영지라고 소개됐는데 사실이 아니다.
인근엔 강제 징용돼 억울하게 죽은 한국인들의 명복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최근 새 단장을 했다. 비석도 늘리고 대리석도 새로 깔았다. 좀 더 가면 새들의 낙원인 새섬이다. 새섬 옆에는 세계적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인 그로토가 있다. 바다 속살 풍경이 예술인 곳. 동쪽해안 쪽엔 세계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수심 10,900m)도 있다.

*** SUV로 '사이판의 지붕'까지

사이판의 지붕, 타포차우 산. 해발 473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정상에 서서 한 바퀴 돌아보라. 동서남북 사방의 수평선이 세상에서 가장 큰 동그라미를 하얗게 그려내는 장관에 입 다물기 힘들 것이다. 사이판 원주민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이 산은 승용차로 오르기 힘들다. 일부 구간은 비포장인 데다 경사가 꽤 된다. 이곳을 염두에 둔다면 4륜 구동 SUV를 렌트하는 게 좋다. 산에서 내려올 땐 인근 골프장을 들려 보라.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편하게 출입이 가능하다. 카트를 빌려(미화로 20달러) 골프장을 한 바퀴 구경할 수도 있으며, 전망 좋은 클럽 하우스에서 커피나 음료를 즐기며 참새처럼 낭만을 재잘댈 수도 있다.

*** 여행정보

■사이판=미국령이며 인구는 7만8000여 명. 연평균 섭씨 26도로 연중 고온다습하지만 12~6월이 여행하기 좋은 건기다. 한국보다 1시간 빠르다.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1회 사이판 직항편을 운항한다. 오후 8시10분 출발. 비행시간은 4시간 정도. 추천 선택관광은 마나가하섬 해양스포츠와 선셋크루즈.

■렌터카 이용=기자의 경우 쉬엄쉬엄 사진 찍으며 드라이브를 즐기는 데 4시간30분이 걸렸다(식사 시간 제외). 렌트 비용은 1일 기준 엑센트급 미화로 35달러, 중형차 55달러, 4륜 구동 90달러 수준.

■새 명소=사이판 월드리조트가 3월 18일 '웨이브 정글'이란 워터파크를 개장했다.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특히 202m짜리 슬라이드의 인기가 높다. (www.saipanworldresort.com). 한국 사무소 02-3779-0353.

■관광정보 문의=북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 02-752-3189.(www.visit-marianas.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