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 북ㆍ미 교착상태서 돌파구 마련 고심하는 청와대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진 남·북, 북·미간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를 동시에 비난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을 걸어가는 신의 옷자락’을 단단히 잡은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을 매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각 대화가 진행된다. [중앙포토]

‘역사 속을 걸어가는 신의 옷자락’을 단단히 잡은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을 매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3각 대화가 진행된다. [중앙포토]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가 원래 예정대로 다시 이뤄질 수 있도록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밑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오전 0시 30분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Max Thunder)' 훈련을 문제 삼아 이날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연기했다. 같은 날 정오 무렵엔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발표됐다.

 이에 청와대는 17일 ‘역지사지(易地思之)’란 표현을 통해 북한과 미국 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고위급회담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올 예정이었던 이선권 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남 고위급 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청와대는 상황을 키우지 않기 위해 로키(low-key)를 유지하며 북한의 진의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북한의 돌출성 발언이 대화 기류에 불만을 가진 군부 세력을 달래는 동시에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체제 보장과 관련해 미국이 전향적인 입장을 갖도록 한국이 설득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과의 대화가 중요하다”며 “남북 고위급회담은 북한이 문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이 종료되는 25일 이후에야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우선 북한과 막후 채널을 유지하며 대화를 이어가되 한ㆍ미 정상회담 준비에 주력하며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22일(미국 시각) 한미 정상의 단독 회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배석자 없이 두 정상이 회담하는 과정에서 심도 있는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북한 비핵화 이슈에 중국이 키 플레이어로 재등장하면서 남·북·미·중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일각에선 북·중이 밀착을 과시하는 것도 미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17일(현지시각)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동 중 기자들에게 최근 두 차례 북ㆍ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경색 국면을 푸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 정상 간 첫 통화도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로썬 실무 라인에서만 접촉이 있을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고비를 넘으면 남북 지도자 간 통화도 자연스레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