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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 찾은 김대중 총재-고도원<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1일 실로 17년여만에 일선군부대를 방문했다. 당사자인 김 총재나 군,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3자 모두에게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한 뜻있는 행사였다.
정치지도자가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정치행위의 하나임에도 유독 김 총재의 일선방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상이다 아는대로 김총재와 군이 다같이 서로 어색하고 이상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리라.
그런 찜찜하고 어색한 관계는 이날 행사에서도 양측 모두에 드러났다.
육군소장이 이른 아침부터 평민당사에 와 안내를 맡는 등 군은 제1야당 총재에 대한 예우를 깍듯이 했다.
이같은 모습에 김 총재를 수행한 한 당직자는 『세상이 달라진거냐, 세상이 속이고 있는거냐』는 말로 감회를 피력했다.
최전선관측소에서 부대장은 김총재 일행에게 코앞에 있는 군사분계선 주변의 지형설명을 시작으로 북한군의 배치상황, 최근 의적활동, 대남 심리전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끝으로 부탁드릴 말씀이 있다』며 『후방의 혼란상황으로 전방명사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부대장의 이같은 부탁이 다른 귀빈이 올때 늘 하는 것인지, 김 총재에게만 특별히 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김 총재는 오찬때 인사말에서 『각 정당의 정책차이는 있으나 안보의 기본목표에 관한한 차이가 없고, 안정과 발전의 바탕위에 정치를 해나가고 있으니 후방은 걱정말고 근무에 전념해달라』고 역당부로 응수했다.
보기에 따라선 고위정치인과 군 사이에 어디에서나 오갈 수 있는 대화쯤으로 치부해볼 수도 있는 공방전이었으나 이날은 유달리 서로 「뼈」를 보이려는 심리가 저변에 깔린 느낌이었다.
또하나 특이했던 점은 야간경계근무를 마친 병사들의 취침시간(오전10시∼오후2시 사이) 을 이유로 김 총재와 일반장병들과의 접촉이 오찬장은 물론 어느곳에서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양자간의 정상적 관계추구에 오해의 요인이 되지 않았으면 하고 쌍방 모두에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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