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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부당한 개입이냐, 정당한 의견 제시냐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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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문무일 검찰총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문무일 검찰총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검찰 수장(首長)인 문무일(56·사법연수원 18기)검찰총장과의 이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검찰이 또다시 검란(儉亂)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기에 놓였다.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파장 #수사단 “권성동 영장 자체 결정”에 #문 총장 “외부자문단 심의 받으라” #수사단은 “수사 지휘한 것” 주장 #대검 “자문단은 수사단과 합의사항”

15일 오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의 내부 폭로자인 안미현(39·사법연수원 41기) 의정부지검 검사가 문 총장을 직접 지목해 수사 외압 폭로에 나선 데 이어 안 검사 폭로로 출범한 수사단마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으면서다.

애초 안 검사와 춘천지검 수사팀 사이의 ‘진실공방’ 양상이었지만 강원랜드 수사단이 문 총장의 수사외압을 일부 인정하는 내용의 입장자료를 발표하면서 검찰 내부의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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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안 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12월 8일 이영주(51·22기) 춘천지검장이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계획을 보고하자 문 총장이 “국회의원은 일반 사건과는 달리 조사 없이도 충분히 기소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소환조사를 못 한다”며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15일 수사단이 대검 반부패부를 압수수색할 당시 대검 지휘부의 저지로 제대로 압수수색을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문제는 수사단이 안 검사의 폭로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리한 입장자료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문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와의 갈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수사단은 입장자료에서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의 공언과 달리 지난 5월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위해 외부에서 수사단을 지휘하지 못하게 하겠다던 약속을 문 총장 본인이 스스로 어겼단 의미다.

수사지휘를 둘러싼 수사단과 총장 간 갈등은 수사 진행상의 중요 결정을 ‘전문자문단’ 심의에 맡기는 사안을 두고 불거졌다. 지난 1일 강원랜드 채용청탁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수사단의 입장과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으라’는 문 총장의 의견이 충돌했다. 문 총장은 수사상 필요에 의해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지시했는데, 수사단은 이를 수사지휘로 받아들였다. 전문자문단은 수사의 공정성을 심의하는 기구로 검찰 외부 법률 전문가로 구성됐다.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뿐 아니라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기소와 관련해서도 수사단과 문 총장 간 의견 충돌이 빚어졌다. 수사단은 “안 검사가 주장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수사한 결과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껏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과 관련 재판에 넘겨진 검찰 간부는 없다.

논란이 커지자 대검찰청에선 봉욱 차장검사 주재로 내부 회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못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문 총장이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내부 혼란은 증폭됐다. 대검은 일단 전문자문단 심의를 거치라는 지시가 수사지휘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전문자문단 구성은 문 총장과 수사단 양측이 사전에 합의한 내용인 만큼 ‘수사상의 감독 기술’을 의미하는 수사지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의 지시가 수사지휘에 해당한다 해도 공정한 수사를 위한 결정이었다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내부 지침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특별수사 과정의 위법 또는 부당한 활동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강원랜드 수사단에 대해서도 이에 준하여 정당한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봐야 한다”며 “수사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수사방향을 임의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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