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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교통사고’로 고속도로 대형 참변 막은 의인…표창 수여키로

중앙일보

입력

의식을 잃고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달리던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자기 차량으로 막아서 일부러 충돌시켜 막는 장면. [독자 제공=연합뉴스]

의식을 잃고 중앙분리대를 긁으며 계속 달리던 운전자의 차량을, 앞에서 자기 차량으로 막아서 일부러 충돌시켜 막는 장면. [독자 제공=연합뉴스]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이 비틀거리며 2차 사고를 낼 상황에 처하자 자기 차량으로 막아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한 의인(義人)이 화제다.

13일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 30분께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 전방 3km 지점에서 코란도 스포츠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그러나 코란도 승용차는 정지하지 않고 분리대를 계속 긁으며 약 200∼300m를 더 전진했다.

당시 코란도 운전자 A(54)씨가 브레이크를 밟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곳을 지나던 다른 운전자들이 잇따라 112에 신고했다.

이 중 한영탁(46·크레인 기사)씨는 코란도 승용차 운전자 A씨가 의식을 잃은 채 운전석에 쓰러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차량 속도를 높여 코란도 앞으로 간 뒤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막으며 추돌하게 해 멈춰 세웠다.

한씨는 승용차가 정지하자 차에서 내린 뒤 A씨를 구조하려 했지만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 손으로 창문을 계속 내리쳤지만 깨지지 않자, 한씨는 사고 현장 인근에서 서행하던 다른 차량 운전자에게 망치를 빌려 창문을 깬 후 A씨를 차 밖으로 옮겼다.

평소 지병을 앓다가 사고 전날 과로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현재는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한씨의 기민한 대처가 없었다면 고속도로에서 대규모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한씨의 목숨 건 용감한 선행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에서 빗길을 달리는 차량을 자기 차량으로 일부러 충돌시킨 뒤 더 큰 사고를 막는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한씨에게 표창을 수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운전자가 운전대도 잡지 못한 채 의식을 잃은 상황이어서 더 큰 사고가 나진 않을까 우려됐다”며 “그런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A씨를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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