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싹트는 대화무드 깨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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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위기를 둘러싼 북.미 간의 가파르고도 험악한 대치가 6자회담을 계기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미국은 비록 전제조건을 달고는 있지만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에 대한 입장을 전향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 5일 워싱턴에서 "북한의 최대 관심사인 안전보장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도 8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문제를 미측에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 나갈 것이란 내용의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핵 해체와 미국의 대북 안보보장 및 지원과정을 양측이 병행 실시해 나가자는 쪽으로 대북정책을 완화했다"고까지 보도하고 있다.

한.미 외교책임자들의 이러한 언급과 보도들은 6자회담 후 미국의 대(對)북한 전략과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북핵위기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태도의 변화다. 북한은 미국의 이러한 자세전환이 자신들의 질나쁜 행동과 벼랑끝 외교에 대한 굴복이나 상을 주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국제사회와 주변 이해당사국들이 어렵게 마련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인식을 해야 한다.

때문에 북한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어떠한 행동도 취해서는 안된다. 이런 기회에 부응해 북한도 핵 보유를 진정으로 원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핵개발 능력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서 모처럼 조성된 평화적 해결의 분위기를 타고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에 편입되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북한이 민족공존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고 현실성 있는 인식과 태도의 전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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