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모비우스·파버의 경고 “미 주가 30~40% 하락 대비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583호 14면

마크 모비우스(左), 마크 파버(右)

마크 모비우스(左), 마크 파버(右)

아르헨티나가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순간 글로벌 경제의 평온이 깨졌다. 최근 세계 경제는 제2의 골디락스(Goldilocks) 상태로 불렸다.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고 물가는 안정돼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상태여서다. 첫 번째 골디락스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전이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사태 이전 소수 의견을 낸 인물들이 있다.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설립자, 마크 파버 글룸붐앤둠 발행인 등이다.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조정’ 또는 ‘침체’를 경고했다. 이들이 중앙SUNDAY와 CNBC 등과 인터뷰에서 밝힌 조정과 침체의 원인 등을 주제 별로 정리한다.

세계 경제 비관론 확산 #지난해에만 부채 21조 달러 늘어 #빚이 세계 GDP보다 3배 정도 많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달러값 올라 신흥시장서 자본 이탈 #터키 등 외채 비율 높은 나라 타격 #최악의 상황에 대비 #월가 59% “2020년부터 미 경제 침체” #미 국채 사두고 현금 쥐고 있어야

글로벌 전체 부채 237조 달러

“빚이 너무 많다.” 모비우스와 파버 등이 하나같이 한 말이다. 실제 글로벌 시중은행을 대변하는 국제금융연합회(IIF)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빚 21조 달러(약 2경2470억원)가 불어났다. 그 바람에 글로벌 전체 부채는 237조 달러(약 4해9경590조원)로 불어났다. 지난해 세계 총생산(각국 GDP 합계)은 79조 달러 정도였다. 빚이 세계 GDP보다 3배 정도 많은 셈이다. 그런데 모비우스와 파버가 말한 빚은 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 표시 채권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신흥국들이 대거 해외 시장에 국채와 회사채를 내다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모비우스=“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양적완화(QE)를 하는 시기 외채의 금리가 신흥국 자체 자금시장의 금리보다 훨씬 낮았다. 선진국 펀드 매니저들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을 위해 신흥국 국채와 회사채를 많이 사들였다.”

파버=“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불어난 빚을 봐라! 중국이 가장 많은 빚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외채 비율은 낮다. 자국 내 시중은행과 펀드 등이 사줬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은 외채 비율이 높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미국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최고 1.75%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정도로도 신흥국이 타격을 받을까.
모비우스=“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연 3%를 오르내리고 있다. 시장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QE 시기 금리가 너무 낮아 조금만 올라도 타격이 크다. 그리고 달러 가치가 꾸준히 오른다는 전망이 시장에 팽배하다.”

파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직접적으로 신흥국을 강타하진 않는다. 달러 가격이 올라야 한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때 달러 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등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미 무역수지가 개선될 기대가 커지며 달러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달러 값이 오른다고 신흥국 펀드에서 돈이 빠르게 빠져나갈까.
모비우스=“요즘 선진국 펀드들이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 형태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특정 지수나 자산의 가격과 수익률을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된) ETF는 순식간에 사고팔 수 있다. 펀드가 작은 흐름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선진국의 조심성 많은 연기금 펀드들이 과거와는 달리 순식간에 신흥시장 자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됐다.”

파버=“미 국채 금리와 달러 가격이 오르면 선진국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이나 주식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한결 안전한 미국이나 유럽에 투자하는 게 더 좋다고 느낀다.”

사실 신흥시장 자본이탈은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고했던 일이다. IMF는 미 Fed가 긴축에 나서면 올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07조원) 가까이 신흥국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에 그렇다는 얘기다(그래픽 참조). 가장 먼저 자금이 이탈할 곳은 국가 채무 가운데 외채 비중이 높은 나라다.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GDP의 60% 정도 된다. 왜 아르헨티나가 끝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은 20%를 조금 밑돈다.

글로벌 주가가 얼마나 떨어질까.
모비우스=“미국 주가가 30~40%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다. 반드시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신흥시장 자산 가격도 단기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너무 올라 떨어질 필요가 있다. 단, 장기적으로 신흥시장은 여전히 밝다.”

파버=“아직 얼마나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긴 이르다. 다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난 올해 주가 등이 매력적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할 때다.”

“중국 기업 변화에 주목”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중앙SUNDAY와 전화통화에서 “내 생애 가장 큰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 또한 조정 이유로 과도한 빚을 꼽았다. 또 다른 상품투자의 귀재인 데니스 가트먼은 “미국 등의 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침체 전망은 가트먼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한국시간) 보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가와 학계의 경제 분석가 60명 가운데 59% 정도가 2020년부터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2%는 2021년을 침체 시점으로 봤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모비우스=“신흥시장 단기 불안은 피할 수 없다. 대신 장기적으로 나는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요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중국 기업 경영자들이 ‘엄청난 태도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쪽으로 태도가 바뀌고 있다.”

파버=“미국 경제가 조만간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본다. Fed가 유턴해 다시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더 심하면 QE를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채권 금리가 다시 떨어진다(채권가격 상승). 많은 전문가들이 요즘 미 국채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난 반대로 미 국채를 사두는 게 훌륭한 방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크 모비우스

1936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80년대 후반 가장 먼저 신흥시장 전문 펀드를 설립해 운용했다.
올해 1월 그는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을 떠났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란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마크 파버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취리히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 원조
‘닥터 둠’으로 통한다. 현재 그는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