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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장 “한진가 ‘비밀방’ 영화 같은 구조…아무것도 없었던 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한진그룹이 지난 9일 조양호 회장 부인 이명희씨 갑질 및 폭행 의혹에 장문의 해명을 내놨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12일 서울역에서 1차 때보다 더 큰 규모의 2차 촛불집회를 예고했고,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는 오늘 저녁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위한 별도 집회를 연다.

지난 21일 오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조현아·원태 3남매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자택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물품을 들고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가운데 검사 출신의 김영문 관세청장이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밀방’에서  밀수, 탈세 혐의를 추론할 수 있는 무언가 자료는 건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밀방에 완전히 아무것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2일 조 회장 부부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이 함께 사는 평창동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해 3곳의 비밀공간을 확인했다.

김 청장은 비밀공간에 대해서 “보통사람이 들어갔을 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이 공간이 ‘창고’라는 한진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옷장 뒤의 옷을 치워야 출입문이 나오는 구조”라며 “영화에 나오는 그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그런 장치를 만들어놓고 그 정도로 비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안타깝게도 조금 치웠지 않나 하고 의심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소환조사 대상에 대해서는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 등 세 모녀 외에도 조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소환을) 해야 한다”며 “안 할 리가 없다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세관이 한진 총수일가의 개인 화물 운송을 담당했던 실무자의 PC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조사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압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답을 피했다.

세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세관 직원 중에서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좌석 편의를 받은 사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모든 걸 열어놓고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좌석 편의 대가로) 밀수를 묵인해줬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유착됐다면 통관 쪽이고 조사·감시는 전혀 엄연히 조직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유착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한진 일가의 밀수 경로로 지목을 받는 상주직원 통로에 대해서는 “매우 좁고 공항공사 직원도 있다”며 “상주직원 통로를 통한 밀수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여행자 통로는 전수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낮은 비율만 검사하고 있다”며 상주직원 통로보다는 여행자 통로를 통한 밀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김 청장은 “아직 수사는 초기 단계”라며 “이번 수사에는 제보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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