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프로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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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6보(63~79)=좌하에 사각형 모양으로 말려 있는 흑돌들은 얼핏 보면 죽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참고도1' 백1로 잡으러 가면, 흑2로 끊고 흑6으로 건너 붙이는 수가 좋아서 되레 백 석 점이 잡히고 만다. '참고도2' 백1로 바깥을 꽉 막아도, 흑2로 끊고 흑4, 10으로 나오면, 밑 터진 자루처럼 여기저기에 구멍이 난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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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백은 얌전히 64로 흑 한 점을 잘라 먹고 잠시 안정을 취했다. 그런데, 이때 나온 65가 훌륭한 맥점이었다. 역시 부분적인 수읽기에 강한, 탕웨이싱 9단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이어 끊은 67은, 탕웨이싱 9단이 왜 65를 미리 두어 놓았는지를 말해 준다. 그는 65를 주축으로 사방에 거미줄처럼 정교한 덫을 치고 있다.

참고도1

참고도1

만약 아마추어에게 현재 장면을 보여주고, 흑백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물으면 백이라고 말하는 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지금 흑은 좌하귀와 하변, 좌하의 세 군데가 모두 곤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의 눈은 다르다. 반상을 노려보는 탕웨이싱 9단의 눈빛에는 보기 드문 신중함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망설임이나 주저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고도2

참고도2

탕웨이싱 9단의 수읽기가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중국의 인공지능(AI) '줴이(絶藝)' 역시 흑의 우세를 예견하고 있었다. 71~79는 흑이 살아나가기 위한 외길 수순.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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