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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공화국' 오명 씻으려…민·관 기관 40곳 처음 손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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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네번째)가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식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사회 각계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왼쪽 네번째)가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식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사회 각계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살 문제가 사회적 문제이며,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 한다."(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우리는 생명존중 문화의 확산과 자살률 감소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1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식에서 사회 각계 인사 대표 7명이 공동선언문을 함께 읽었다. 정부ㆍ종교계ㆍ경제계ㆍ노동계ㆍ언론계ㆍ전문가 단체ㆍ협력기관 대표들이 서로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7개 퍼즐 조각으로 채웠다.

10일 서울서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 #정부와 종교계·재계·노동계·언론 함께 노력 #각 부문별로 구체적 자살 예방 대책도 추진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 민ㆍ관 관계자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족식이 열렸다. 국내에서 자살 예방 목적의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살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 힘을 합친 자리다.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담겼다.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식에서 사회 각계 대표 7명이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발족식에서 사회 각계 대표 7명이 공동선언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협의회에는 총 34곳의 민간 부문 기관과 6곳의 정부 부처(청)가 참여했다. 민간 대표는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정부 대표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각각 맡았다. 이낙연 총리는 "자살 문제는 정부와 민간이 모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심각해진 지 오래다"면서 "정부가 (자살 예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정부 노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민관협의회가 도와주면 정부는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걸음마 단계지만, 외국에선 자살 예방을 위한 민ㆍ관 협력이 활발히 이뤄진 지 오래다. 최근 12년 새 자살률 30% 감소를 이뤄낸 일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직능 단체와 민간단체를 자살예방사업에 참여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관계 기관 연계와 정보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연간 자살률 20% 감소라는 목표 아래 민관 협력체에 자살 데이터 수집ㆍ개선, 지역 특성에 맞는 지침 개발 등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출범한 민관 협력체 ‘The National Action Alliance for Suicide Prevention’에는 250개가 넘는 기관이 참여한다.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참여 기관ㆍ단체 40곳. [자료 보건복지부]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 참여 기관ㆍ단체 40곳. [자료 보건복지부]

앞으로 민관협의회는 단순 협력뿐 아니라 구체적인 자살 예방 대책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7개 세부 부문별로 실무협의회를 분기별로 개최하고 각 부문이 참여할 수 있는 자살 예방 사업 방안을 수립ㆍ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종교 방송을 활용해서 자살예방캠페인 영상을 송출하거나 협의회 소속 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살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식이다.

한국기자협회도 복지부ㆍ중앙자살예방센터와 함께 올해 자살 보도권고기준 개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사회 각계 인사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만든다는 목표다.

다만 협의회가 자살률 낮추기에 기여하려면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미국 민관협력체는 연간 예산만 7200만 달러(약 772억원)에 달한다. 우리도 민관협의회가 어렵게 꾸려진 만큼 앞으로 꾸준한 지원과 각계의 관심이 함께 가야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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