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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또 눈 가리고 아웅식 미봉책 내놓은 네이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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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드루킹 게이트(댓글 조작 사건) 이후 무분별한 뉴스 편집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요구를 받아 온 네이버가 9일 개선안을 내놓았다. 오는 10월 이후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고,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인링크(네이버 내에서의 뉴스 소비) 방식 대신 원하는 언론사에 한해 전재료 미지급 조건으로 아웃링크(네이버에 노출된 기사를 클릭하면 각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방식)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첫 화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표면상으로는 개별 미디어와 정치권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파격적인 개선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뉴스 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적 문구 뒤엔 개별 언론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 의도가 비친다.

네이버는 이날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검색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두 번째 탭에 언론사 뉴스를 모은 ‘뉴스판’을 배치할 방침이라 사실상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다. 이용자는 이미 ‘뉴스’에 이어 ‘연예’나 ‘스포츠’ 탭으로 이동하면서 콘텐트를 소비하는 포털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다.

뉴스 운영 방식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네이버는 자의적인 편집 대신 개별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뉴스판’과 알고리즘에 의한 개인화 서비스인 ‘뉴스피드’로 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뉴스판은 네이버의 틀 안에서 각 언론사가 우선 이용자의 선택을 받는 구조라 10월 개편 전까지 언론사 간 구독자 확보 경쟁으로 여론 독점을 해소하기보다는 네이버의 지배력만 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더구나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공정성 담보는커녕 이용자의 편향성 강화로 드루킹 같은 극단적인 여론전을 부추길 우려까지 있다. 네이버는 매번 미봉책만 반복할 게 아니라 공정한 여론 형성을 저해해 온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