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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소곤소곤연예가] 송대관 "코디? 없당께…화장? 직접 해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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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일요일 밤 '비타민' 방송이 끝나면 으레 '위대한 밥상'의 최고 주인공인 냉이. 달래.도라지 등이 인터넷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오른다. 그런데 얼마 전 방송 사상 처음으로 예외가 있었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가수 '송대관'의 이름이 더 높은 순위에 올랐던 것. 단짝 태진아와 함께 방송 내내 좌중의 배꼽이 쏙 빠지도록 재미있게 했던 그를 고정 출연하게 해달라는 문의가 쇄도했고, 덕분에 '비타민'은 최고 시청률까지 기록했다. 10대도 열광할 만큼 폭 넓은 인기, 여기에 개그맨도 인정한 울트라 수퍼급 유머 실력은 물론 열 손가락도 모자랄 만큼 많은 그의 히트곡 메들리까지. 무엇 하나 부족하고, 아쉽고, 모자란 게 없을 것 같은 그에게도 과연 없는 것(?)이 있을까.

"너무 있지. 나 많이 없어요. 연예인한테는 꼭 있는 그 흔한 코디도 없당께."

에이~ 설마… 요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난생 처음 본 연예인도 코디 두 명에 메이크업과 헤어 팀 따로, 그리고 매니저까지 줄줄이 대부대가 몰려다니는데 대한민국 가요계의 큰 형님께서 코디가 없을라고.

"옛날엔 코디는커녕 매니저도 없어 앨범 나오면 버스 타고 방송국 와서 직접 홍보하고 그랬지. 너무 가난했던 그 시절 무대의상은 단벌이었던 청재킷 하나였는데 어느 날 보니 팔꿈치가 다 닳아 못 입게 되었어. 그래서 그냥 팔을 뚝 잘라 조끼로 입었네. 그랬더니 유행이 되데. 그 후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얼떨결에 우리 집사람이 내 전속 코디네이터를 하고 있지. 매일 아침마다 방송이나 행사 컨셉트에 맞게 집에서 옷을 골라 주고, 알록달록 컬러풀한 앞머리 블리치도 아내가 권해서 했는데 이제는 내 트레이드마크가 돼부렀네. 어때? 멋있제?"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의 강렬한 헤어스타일은 팬층을 폭넓게 하는 데 한몫했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엔 아내의 권유로 왼쪽 귀도 뚫고 반짝이는 귀걸이까지 달기 시작했다고. 든든한 아내 덕분에 열 코디 안 부럽다면 굳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이것만큼은 진짜 없어요. 방송을 하려면 남녀노소 누구나 분장을 하잖아. 그런데 나는 분장해주는 사람이 없어요. 왜? 내가 직접 하니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터프함으로 똘똘 뭉친 그가 직접 화장한다니 참 믿기 어려운 일이다. 1967년 '인정 많은 아저씨'로 데뷔, 노래 인생 40년의 거장께서 화장대 앞에 앉아 톡톡 분첩을 두드리는 모습이 상상이 되시는지.

"사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가장 위대한 유산이 바로 촉촉한 피부여. 그래서 딱히 이것저것 많이 바를 것도 없고, 또 마누라 말고 누가 내 얼굴 조몰락거리는 것도 싫어서 그냥 대충 내가 뚝딱 해부러."

여기에 고리타분한 '권위의식'마저 없어 자식뻘 되는 후배들이 줄줄 따르는 그는 정말 없어서 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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