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심각한 실수"…메이 "책임감 있는 행동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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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에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합의를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심각한 실수”라고 비판했고, 미국을 제외한 합의 주요 당사국들도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합의 준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 핵 합의를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이란 핵 합의를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AP·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탈퇴 선언 한 시간 뒤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결정은 매우 잘못 인도된 것(So Misguided)”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JCPOA 탈퇴 선언에 우려 이어져 #영·프·독·러 당사국들 "합의 지켜 나가겠다" #이스라엘·사우디, "트럼프 결정 전폭 지지"

재임 기간 중인 2015년 이란 핵 합의를 이끌어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현실은 분명하다. JCPOA는 작동하고 있다. 이는 유럽의 동맹국들과 독립적인 전문가, 현재의 미 국방부도 공유하고 있는 견해”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늘 발표가 잘못 인도된 이유”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란의 합의 위반이 없는 상황에서 JCPOA를 위기에 몰아넣는 이번 결정은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8일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당사국들의 지속적인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중앙포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중앙포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JCPOA는 핵 비확산과 외교에서 중대한 업적이며,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면서 “JCPOA에서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겠다는 미국의 발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란 핵 합의 나머지 당사국들이 각자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것과 다른 (유엔) 회원국들이 이란 핵 합의를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이란 핵 합의에 당사국으로 참여한 유럽 각국은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합의를 계속 지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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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통신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이란 핵 합의를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우리는 이란 핵 합의의 지속적인 책무를 강조한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합의의 완전한 이행과 책임감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신화=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이라고 밝힌 후 “우리는 (이란의) 핵 활동과 탄도 미사일 활동, 예멘과 이라크 등 중동에서의 안정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프레임에 대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 합의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부분들을 보완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진 회견에서 “이란이 합의 이행을 지속하는 한 유럽연합은 핵 합의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미국의 탈퇴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핵 합의는 미국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제사회의 자산”이라며 “미국이 또다시 국제법 규정을 무례하게 무시하면서 대다수 국가의 견해에 반해 자신의 이기적인 상황적 이익 만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러 외무부는 또 “이란은 자신의 의무를 철저히 준수해 왔으며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정기적으로 확인됐다”면서 “미국의 행동은 JCPOA 이행 과정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계속해 증명해온 IAEA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며 또한 미국의 문제 제기가 이란에 정치적 보복을 하려는 눈가림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 [연합뉴스]

한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를 환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이스라엘은 재앙과도 같은 이란 핵 합의를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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