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자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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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5보(53~63)=수읽기에 오류가 없는 인공지능(AI)과 달리, 허점이 많은 사람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곤 한다. 그래서 사람의 바둑은 어이없게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반복인 셈이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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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업으로 삼는 프로기사들도 종종 스스로 덫에 걸려 넘어진다. 지금은 실책을 범한 구쯔하오가 대가를 치르고 있다. 53이 놓이자, 그는 섣불리 돌을 놓지 못하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제 와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 '참고도1'처럼 위쪽에서 단수를 쳐도, '참고도2'처럼 아래쪽에서 단수를 쳐도 교묘하게 '축'이 들지 않는다.

참고도1

참고도1

결국 구쯔하오는 한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54로 몸을 웅크렸는데, 영 폼이 나지 않는다. 55로 밖에서 한 번 더 얻어맞고 57로 양단수까지 당하니 백 입장에서는 기분이 여간 나쁜 게 아니다. 더구나 이곳은 원래 백의 텃밭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됐다.

참고도2

참고도2

좌하귀는 흑이 선취점을 제대로 올렸다. 탕웨이싱 9단의 얼굴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뒤이어 백 한 점을 따내는 61도 통쾌한 수. 백은 부랴부랴 62로 젖혀 반격에 나섰다. 얼핏 62로 단수를 맞은 흑 일곱 점이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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