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이스라엘 현대미술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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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캐나다와 이스라엘의 현대미술은 한국인에게 낯설다. 이민박람회장에서 인기국으로 떠오른 캐나다나, 냉전시대의 우방이던 이스라엘 모두 우리에게 복지나 군사력 이외에 문화를 선보일 기회가 드물었다. 한가위 연휴에도 쉬지 않는 전시회 가운데 두 나라의 현대미술전이 돋보이는 까닭은 평소 접하기 힘든 이국의 미술 현장을 여기 앉아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서소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모자이크 캐나다-싸인과 사운드'는 한국과 캐나다 수교 40돌을 기념하는 전시회다. 토론토의 공공미술관인'파워플랜트 현대미술관'이 선정한 18명 작가의 다양한 작품은 이민.유학.관광 가기 좋은 나라로 첫 손 꼽히는 캐나다가 어떻게 오늘에 이르게 됐는지를 미술작품으로 보여준다.

캐나다는 이웃인 미국처럼 이민자들의 나라다. 하지만 두 나라의 이민정책은 달랐다. 미국이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를 녹여 하나로 만드는 '도가니' 정책을 썼다면, 캐나다는 고유의 문화를 나란히 엮는 '모자이크'방법을 골랐다. 전시 제목 '모자이크 캐나다-싸인과 사운드'는 각 민족이 들고 온 문화를 존중하고 발전시킨 캐나다의 '문화적 다원주의'를 함축하고 있다. 출품작들은 여러 문화들이 부딪히거나 어우러지며 나름대로 일군 캐나다 미술의 오늘을 엿보게 해준다.

세계적인 비디오 작가로 평가받는 스탠 더글라스는 한국전을 위해 한국어판으로 제작한 영화 '공포의 여정'을 내놨다. 15분 4초짜리 필름을 각기 다른 대사로 이어붙인 이 영상설치작품은 항해중인 배 안에서 남녀 주인공이 주고받는 얘기 속에 여러 갈래로 제각기 해석될 수 있는 문화의 다원주의를 풀어놓았다.

8살때 캐나다로 이민가 벤쿠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작가 윤진미씨나 캐나다 원주민 출신 영화작가 자카리아스 쿠누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작품을 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무지개 빛깔 나비 날개의 설치물 위에 슬라이드 이미지를 비추어 우주나 혹성을 연상시키는 미지의 세계를 창조한 크리스틴 데이비스의 '트론'은 보는 이를 명상에 들게 한다. 02-2124-8800.

서울 서초동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도메인-이스라엘 현대디자인'전에는 최근 세계 디자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스라엘 디자이너 13명이 참가했다.

이스라엘 디자인의 핵심은 미술과 현실에 경계를 두지 않는 창의력과 생활.생존에 충실한 정신이다. 70여점 출품작은 흔히 이스라엘 사람들의 성격을 말하는 열정과 즐거움에 그동안 이스라엘 역사가 겪어온 고통의 흔적을 담고 있다. 샤난 드 라즈는 책장을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 모습으로 구성했고, 라비브 리프쉬츠는 조명기구를 우산살에 달린 전구로 고안했다. 인종과 국가의 문제로 고난을 당한 이스라엘인들이 내놓은 긍정의 디자인 철학이라 부를 만하다. 20일까지. 02-580-1537.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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