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이행 잰걸음, 이상조짐도…남북정상회담 그후 10일 무슨 일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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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지 열흘이 넘었다. 그동안 남과 북은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잰걸음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당장 한국 정부는 휴전선 일대에 설치했던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 또 지난 5일 민간단체들이 경기 파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북측에 전단을 살포하려던 계획을 입수하고 사전에 차단했다. 지난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키로 한 판문점 선언(2조 1항)에 따른 조치다.
 정부 당국자는 “해당 단체에 전단살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휴전선 인근 주민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원천 봉쇄했다”고 말했다.
 서해를 평화수역으로 조성(2조 2항)하기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부처 장관이 지난 5일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백령도와 연평도를 찾아 현지 주민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고위급회담이나 장성급 회담 등을 통해 서해에 평화 수역을 설정하는 문제를 북측과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육군 9사단 장병들이 지난 1일 경기 파주 임진강변에 설치했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육군 9사단 장병들이 지난 1일 경기 파주 임진강변에 설치했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 역시 김 위원장이 구두로 약속했던 평양의 표준시(서울보다 30분 늦음)를 지난 5일부터 서울 시간에 맞췄다. 북한이 함북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갱도에 설치했던 전선을 철거하는 모습이 상업용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부 핵실험장(풍계리)을 폐쇄한다고 언급했다”며 “핵실험장 일대의 움직임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3조 4항)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이 억류했던 미국인(한국계) 억류자들을 평양의 호텔로 옮기고 석방에 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남이나 북 모두 지난 열흘 동안 판문점 선언 이행과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AP=연합뉴스]

 하지만 이상 조짐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핵 실험장 폐쇄가 늦어지고 있는 데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을 향해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정부 당국자는 “10~11일쯤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 행사가 진행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기술적인 문제인지 정치적인 결단이 늦어지는 것인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 폐쇄 순간을 대외에 공개하기로 했지만 7일 밤까지 방문단 구성이나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동의(3월 8일)한 이후 공식적인 대미 비난을 자제해 왔던 북한 외무성도 두 달여 만인 지난 6일 “미국이 대북 압박 도수를 높이고 있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외무성의 미국을 향한 포화는 지난 3월 3일 이후 두 달여 만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과 5일 연이어 “북ㆍ미 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정해졌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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