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라이프 스타일] 치즈가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샌드위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심식당 │ 충정로 옐로우보울

블루리본의 김은조 편집장. [사진 김은조]

블루리본의 김은조 편집장. [사진 김은조]

소문난 미식가들이 가심비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 이번엔 레스토랑 가이드『블루리본』 김은조 편집장(사진)이 추천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옐로우보울’입니다.

2005년 『블루리본』 첫 발행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맛집 평가서를 발행해온 김 편집장은 남들에게 덜 알려진 숨은 맛집을 많이 안다. 김 편집장은 “저녁 때 부담 없이 격식 없는 이탈리안 요리를 안주 삼아 맛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옐로우보울을 소개했다. 점심엔 샌드위치·파스타가 대표 메뉴이고, 저녁엔 와인에 어울리는 요리 위주로 판매한다.

특급호텔 출신인 황재희 옐로우보울 오너셰프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최상급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한다. 사진은 치즈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 [사진 옐로우보울]

특급호텔 출신인 황재희 옐로우보울 오너셰프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최상급 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한다. 사진은 치즈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 [사진 옐로우보울]

옐로우보울은 황재희(37) 오너셰프가 2015년 11월 충정로역에서 이어지는 구세군아트홀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건물 앞은 인도·차도·고가가 뒤섞여 있어서 유동인구가 적은, 그야말로 죽은 상권이다. 경희대 호텔 조리학과를 졸업한 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하 조선호텔)에서 11년 동안 근무했던 터라 세상 물정에 어두웠기 때문에 상권을 볼 줄 몰랐단다. 휴가 때 장모님과 함께 아내가 일하는 구세군아트홀에 왔다가 빈 가게를 보고 덜컥 계약했다. 혼자선 자신 없던 그때 생각난 사람이 대학 동기이자 JW메리어트 서울 출신의 하덕규(36) 셰프였다.

아보카도를 풍성하게 올린 샐러드. [사진 옐로우보울]

아보카도를 풍성하게 올린 샐러드. [사진 옐로우보울]

식당의 대표 메뉴는 계약 전부터 생각해 둔 샌드위치로 정했다. 황 셰프는 조선호텔 카페·룸서비스·식음 기획 등을 거쳤는데 마지막 4년간 근무지가 ‘베키아 에 누보’였다. 샌드위치·그릴·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를 모두 배우며 마음속으로 ‘2만~3만원짜리 호텔 샌드위치 맛에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대중적인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다.

호텔 출신인 두 셰프의 장점은 식재료에서 잘 드러난다. 최상급 재료만 사용하는 호텔에서의 경험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옐로우보울의 대표 샌드위치 ‘치즈몬스터’에는 파르메산 치즈 가루 대신 값비싼 염소젖으로 만든 페코리노 또는 고소한 맛이 강한 레지아노 치즈를 사용한다.

특급호텔의 맛을 준비했지만 식당을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그럴수록 서비스는 더 잘하고, 음식은 더 넉넉하게 내줬다. 특히 손님이 적어 여유로운 저녁 시간엔 와인을 가져온 손님들을 위해 스테이크 등 메뉴에 없는 요리들을 만들었다. 손님이 없어도 좋은 식재료로 정성껏 요리하자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이젠 식사 시간마다 샌드위치·파니니·파스타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저녁엔 관자요리·스테이크 등 요리와 와인을 맛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황 셰프는 “뭣 모르고 식당을 시작한 후 힘들 때도 많았지만 와인 잔부터 메뉴까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준 단골 손님들의 도움이 컸다”며 “그분들과 함께 키운 가게인 만큼 앞으로도 좋은 요리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