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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칸영화제] 이창동 '버닝' 등 21편 황금종려상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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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작업자가 주요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발 전면에 내걸고 있는 모습.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의 스틸로 만든 올해 포스터 속 배우는 장 폴 벨몽도와 안나 카리나.[EPA=연합뉴스]

올해 제71회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작업자가 주요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발 전면에 내걸고 있는 모습.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의 스틸로 만든 올해 포스터 속 배우는 장 폴 벨몽도와 안나 카리나.[EPA=연합뉴스]

 칸영화제 개막을 하루 앞둔 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도시 칸은 전날 내린 비로 습한 가운데 조금씩 인파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개막식이 열릴 뤼미에르 극장에 거대한 포스터가 내걸렸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 ‘미치광이 삐에로’(1965)의 스틸로 만든 올해 공식 포스터다. 해변엔 각국 영화기관 등의 부스가 차려지고 영화 관계자를 실은 단체버스도 오간다. 8일은 나치 독일이 패전한 유럽전승기념일. 프랑스·영국 등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가 많아 휴가객도 많이 예상된다.

8일 개막하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강세 뚜렷...21편 중 8편 #'미투' 신경 쓰면서 여성 감독 발굴은 저조

영화 '버닝' 한 장면.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버닝' 한 장면. [사진 CGV아트하우스]

 8일 개막하는 올해 제71회 칸영화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 을 포함, 전 세계 21편의 영화가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수상을 겨루게 된다. 한국영화론 윤종빈 감독의 첩보물 ‘공작’도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선보인다.
 특히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시'(2010) 이후 8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국내외 기대가 높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칸이 아시아 최고 기대작을 선택했다"며 '버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창동 감독은 앞서 칸에서 '밀양'(2007)이 여우주연상(전도연), '시'(2010)가 각본상을 받았다. '버닝'이 수상할 경우 한국 감독 최초로 세 번째 칸 수상작을 내놓는 셈이다.

영화 '버닝' 한 장면.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버닝' 한 장면. [사진 CGV아트하우스]

 '버닝'은 그의 전작들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가 촛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Barn Burning)'에서 따온 제목 '버닝'에 대해 이 감독은 "일상에서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말"이라며 "뭔가 불태우고 싶고 열중하고 싶지만 반대로 열정을 불태우기 힘든 이중적 의미도 있다"고 했다. 지난주 서울에서 배우들과 출국 전 기자회견을 연 그는 "젊은이의 영화, 그래서 젊은이들 감각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서울에서 배우들과 출국 전 기자회견을 가진 이창동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지난주 서울에서 배우들과 출국 전 기자회견을 가진 이창동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주연배우들도 자동으로 남녀 주연상 후보다. 칸이 처음인 유아인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리기만 바란다”고 했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2년 연속 경쟁부문을 찾게 됐다. 신예 전종서는 "촬영하면서 느꼈던 전율이 관객에게 감동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 배우는 또 있다. 신예 유태오가 러시아 영화 ‘레토’(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에서 고려인 록커 빅토르 최 역할을 맡아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올해 한국영화 칸 진출 성적표는 지난해 봉준호·홍상수 감독이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다섯 편의 장편이 주요 부문에 진출했던 것에 비해 다소 저조한 편. 그러나 화제성은 충분하다. 11일 현지에 공개되는 윤종빈 감독의 ‘공작’이 그 예다.

영화 '공작' 한 장면. [사진 CJ E&M]

영화 '공작' 한 장면. [사진 CJ E&M]

 '공작'은 1990년대 북핵 실체를 파헤친 실존 안기부 첩보요원 흑금성 사건을 조명한 이야기. 최근 새로운 남북 관계 속에 국내외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선보이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은 ‘부산행’(2016) ‘악녀’(2017) 등 한국 장르 영화가 잇달아 각광받은 부문이다. 이 영화로 윤종빈 감독은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2006) 이후 12년 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주연배우 황정민‧이성민‧주지훈도 함께한다. 이밖에 군대 내 성추행을 다룬 조현준 감독의 단편 ‘시계’가 비경쟁 단편부문, 경마장을 무대로 사회적 위선을 꼬집은 김철휘 감독의 단편 ‘모범시민’이 비평가주간에 소개된다.

지아장커 감독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 한 장면. [사진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지아장커 감독 영화 '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 한 장면. [사진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올해 경쟁부문은 아시아 감독 영화가 전체 21편 중 8편으로, 지난해 3편(전체 19편)에서 크게 늘었다. 중국 지아장커 감독(‘애쉬 이즈 퓨어리스트 화이트’),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비키 가족’)은 경쟁부문 진출만 각자 다섯 번째. 터키 대표 감독 누리 빌게 제일란의 ‘더 와일드 페어 트리’, 이란 정부의 탄압에도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쓰리 페이스’등 아시아 다른 지역 영화도 여럿이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두 차례나 받은 이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하비에르 바르뎀, 페넬로페 크루즈와 스페인어로 찍은 ‘에브리바디 노우즈’로 개막작에 선정됐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에브리바디 노우즈'에선 실제 부부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왼쪽)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에 나섰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된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의 '에브리바디 노우즈'에선 실제 부부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왼쪽)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주연에 나섰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전통 강호도 눈에 띈다.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은 범죄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정글피버’(1991) 이후 27년 만에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돌아왔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기수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이미지‧소리로 이뤄진 실험영화 ‘이미지의 책’으로 경쟁부문에 합류했다.
 지역별 균형과 달리 여성 감독의 경쟁부문 진출작은 3편에 불과하다. 쿠르드족 여성 결사대를 그린 에바 허슨 감독(프랑스)의 ‘걸스 온 더 선’과 나딘 라바키 감독(레바논)의 ‘가버나움’,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이탈리아)의 ‘라자로 펠리체’이다. 칸영화제가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 9명 중 5명에 배우 케이트 블란쳇(심사위원장), 크리스틴 스튜어트, 레아 세이두 등 여성을 임명한 것과 달리 정작 여성 감독 발굴은 미진했단 비판이 나온다. 지난 70년 간 여성 감독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패왕별희’의 천 카이거 감독과 공동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프랑수아즈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여성 감독의 영화 연출을 지원하는 국제기금을 출범하기로 했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 사진은 2010년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 사진은 2010년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칸영화제는 또 올해부터 프랑스 정부와 더불어 성범죄 신고 핫라인을 신설한다. 할리우드 미투 운동을 촉발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과거 칸에서도 4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난 여파다. 지금껏 경쟁부문 언론 시사회를 공식 갈라 상영 이후로 미루고, 레드카펫 ‘셀카’를 전면 금지하는 등 영화제의 전통적 위상을 재정비하려는 크고 작은 변화도 엿보인다. 넷플릭스는 올해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옥자’ 등 넷플릭스가 투자·제작한 영화가 경쟁부문에 진출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오르자 프랑스극장연합 등은 극장에 상영하지 않는 영화의 수상 자격에 크게 반발했다. 올해 칸은 넥플리스 영화의 경쟁부문 금지령을 선포했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역사는 인터넷의 역사와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영화제 모든 부문을 보이콧하겠다며 반발한 상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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