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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늙을 수 있다면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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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더,오래] 반려도서(29)


『요코 씨의 말 1, 2』

요코씨의 말

요코씨의 말

사노 요코 지음·기타무라 유카 그림·김수현 옮김 / 민음사 / 각 권 1만4000원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의 저자 사노 요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수필가인 저자는 이미 2010년 72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사람의 마음이 모여 책이 나왔다. 저자가 생전에 발표했던 작품 중 공감을 줬던 글을 엄선해 기타무라 유카 씨의 그림과 낭독을 붙여 재구성한 TV프로그램이 방영됐고,『요코 씨의 말』시리즈로 만들어졌다. 책에는 가식 없이 솔직했던 그녀의 담백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노 요코를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는 반가울 것이고, 몰랐던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전 책이 궁금해질 것이다.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 지음·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각 1만2000원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죽음 철학'이라는 소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사노 요코의 일상이 담겨 있다. 나이 듦과 병듦,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무겁거나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다.

"역사상 최초의 장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에게는 생활의 롤모델이 없다. 어둠 속에서 손을 더듬거리며 어떻게 아침밥을 먹을지 스스로 모색해나가야 한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여전히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자신이 만든 요리를 자랑하고, 한 짝을 잃어버린 장갑을 사러 가고, 마지막 물욕이라며 잉글리시 그린의 재규어를 산다. 남자라면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데 진심은 아닌 것 같다.

일기이지만 콩트 같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실적인데 소녀 감성이 듬뿍 담겨 귀엽기도 하다. 암에 걸려 겪는 일상의 변화도 담담히 기술하는데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머가 담겨 있다. "암에 걸려서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박스 테이프를 손에 감고 베개에 떨어진 머리털을 찌익찌익 떼어낸다. 나는 어째서 이런 게 좋을까"라는 식이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나는 처음 암에 걸렸을 때에도 놀라지 않았다. 세상 사람 둘 중 하나는 암에 걸린다. 암 따위로 으스대지 마시길."

책을 읽고 나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한 두 장 넘기다 보면 가볍게 미소 지어지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렇게 나이들 수만 있다면 나이 드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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