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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골디락스 국면?…18년 만에 실업률 3%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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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의 실업률이 3%대에 들어섰다. 4%대가 깨진 것은 200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하현옥의 금융산책] #미 노동부, 4월 실업률 3.9% #2차대전이후 네 번째 4% 미만 #과거와 달리 경기과열 조짐 없어 #유가, 수입품 가격이 물가 압박 #1조 달러 국채 발행도 시장 영향 #Fed 금리 인상 횟수 늘어날 듯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4월 실업률이 3.9%로 전달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완전고용으로 여기는 실업률 5%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완전고용은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실업률이다.

미국 실업률 추이

미국 실업률 추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고용지표 발표 직후 “실업률 3.9%, 4%가 깨졌다”라는 트윗을 날렸다. 그는 고용지표 발표 전에도 트윗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 상황이 너무 좋다. 실업수당 청구도 1973년 이후로 최저 수준이다. 대단하다”고 전했다. 실업수당 청구 감소는 고용 증가의 동의어다.

미국의 고용 시장에는 온기가 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2010년 9월 이후 미국 내 일자리는 91개월 연속 증가했다. 전망도 밝다. Fed는 올해 말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3.8%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는 더 낙관적이다. 시장은 올해 말까지 실업률이 3.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4%를 밑돈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처음은 50년대 한국전쟁 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53년 6월 실업률은 2.5%대까지 떨어졌다. 두 번째는 60년대 말~70년대 초반 베트남전쟁 당시다. 실업률은 3.4~4%대에 머물렀다. 마지막은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실업률은 4% 언저리를 맴돌았다.

실업률 수치는 비슷하지만 예전과 최근의 경제 상황은 사뭇 다르다. 실업률은 사상 유례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며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지만 물가가 급등하거나 경기가 과열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0년대 초반 실업률은 3%에 근접했지만 물가상승률은 거의 10%에 이르렀다”며 “실업률이 낮았던 이전 세 번의 시기 모두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차기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임명된 존 윌리엄스 미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 국면”이라고 말했다. 골디락스는 경기 변동이 크게 없으면서 만족스러운 수준의 성장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Fed가 임무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은 튼튼하고, 물가도 Fed의 목표치(2%)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그 때문에 Fed의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낮아진 실업률과 함께 Fed의 등을 떠밀 요인은 여럿이다.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며 물가 압력 상승도 커질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Fed가 금리인상 카드를 좀 더 빨리 꺼내들 수 있다.

국내 경기 부양을 위해 트럼프 정부가 펼치는 적자 재정 정책도 Fed에는 부담이다. 미 재무부는 올해 1조 달러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때문에 국채 금리는 치솟고 있다. 4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9497%, 2년물 국채 금리는 2.4969%에 거래를 마쳤다.

CME그룹에 따르면 Fed가 올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는 선물시장의 전망치는 40%까지 상승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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