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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걸리버여행기』의 작가 「J·스와프트」는 세 사람의 명의를 꼽은 일이 있었다. 닥터「다이어트」, 닥터「콰이어트」, 닥터「메리먼」.
「다이어트」의사는 섭생, 절제있는 식생활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콰이어트」의사는 휴식과 안정, 「메리먼」의사는 명랑한 사람, 쾌활한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섭생과 안정과 쾌활은 병을 낫게하는 명의라는 얘기다.
의사가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은 치료가 첫째 목적이지만 그것은 꼭 약물치료나 수술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의사들이 모든 환자에게 주는 최초의 충고는 안정이다. 병원은 바로 안정을 주는 곳이다.
물론 요즘의 병원은 시장바닥처럼 어수선하지만 환자들은 그런 속에서도 의사가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과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병원의 역사를 보아도 원래는 수도원의 부속시설이었다. 아득히 기원전 4천년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바빌로니아, 인도등에서 병원의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병원의 유래가 종교단체와 연결되어 있는 까닭은 병자의 심정을 이해하면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초자연적인 힘을 갈망하게 마련이다. 그 시대의 의사들도 예외없이 수도자, 성직자들이었다.
오늘과 같은 시민병원이 처음 생긴 것은 1천수백년도 더 된 542년의 일이었다. 프랑스 리옹의 오텔 디유. 오텔은 지금의 호텔과 같은 말인데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비단 호텔이 아니라도 손님을 맞을 때는 정중해야 하는 것이 도리다. 서양에서 때때로 보는 일이지만 호텔에 노사분규가 일어나도 종업원들은 교대로 피킷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도손님에게는 불편을 주지 않는다 .호텔밖으로 나가 몇사람이 피킷 라인안에서 왔다 갔다 한다.
요즘 어느 대학병원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 환자들이 그 병원을 떠나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원들이 파업을 하자, 사무직들이 모두들 집단휴가를 떠나 버렸다. 찬 바람이 쌀쌀 분다. 환자고 뭐고 알바 아니라는 것인가.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환자들이 그 병원을 떠나고 있는 광경은 바로 우리시대의 아픈 모습을 보는 것도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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