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굶으면 진실 밝혀져" vs 우원식 "선거용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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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뒤쪽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뒤쪽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이 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24시간을 넘겼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이 핵심 요구 사항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드루킹 특검에 남북정상회담 국회 비준을 물려서 끝까지 특검을 거부하고자 하는 정치적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라며 "반드시 드루킹 댓글 조작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서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굶으면 죽는다고 했다. 그 대신 굶으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하루에 10여개 댓글 달았다고 국방부 장관을 감옥에 넣었던 권력이 수만개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김경수 의원의 핸드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며 “김 의원이 본인 스스로 ‘특검보다 더한 조사에도 당당히 임하겠다’고 말한 만큼 범죄를 소명해야 할 곳은 경찰도 검찰도 아닌 특검임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무작스럽고 상식에 맞지 않는 행태”라며 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을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면서 국회 운영을 해왔는데 협상하자고 해놓고 단식에 들어가니 화가 굉장히 많이 났다”며 “어제 김 원내대표를 만나 시급한 민생현안들을 감안해 각 당이 상대가 받아들일 만 한 조건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는데 느닷없는 단식투쟁을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특검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이 무리하게 5월 국회까지 파행시키는 건 지방선거에서 불리한 지형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꼼수, 홍문종·염동열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방탄용 꼼수, 지방선거에 나가는 국회의원 사퇴 지역의 재보궐 선거를 막아보려는 꼼수임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국당 내에선 “우 원내대표가 일주일 정도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조건 없는 드루킹 특검’을 수용했다가 당내 역풍을 맞을까 봐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현재 홍영표ㆍ노웅래 의원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세균 국회의장도 갈등 해결에 나섰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김 원내대표의 단식투쟁 현장을 찾았다. 정 의장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데 막판에 이렇게 되니 참…”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어 “그동안 중립적으로 해왔는데 이제 전향적으로 좀…”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드루킹 사건 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이틀째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국회의장-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잠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뒤이어 정 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원내대표에게) 일단 단식을 풀라고 얘기했고, 연휴 중에 좀 더 논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단식투쟁을 이어가겠다면서도 “이 상황을 절대 오래 가져가지 않겠다. 민주당과 청와대가 조속한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특단의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권유진·정용환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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