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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위조·여자·돈…설정스님에게 제기된 세 가지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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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우정국로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법어를 전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지난해 11월 1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경내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우정국로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법어를 전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조계종 고위 관계자들의 비위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1일 방송된 ‘PD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라는 주제로 조계종 큰스님들인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비위 의혹을 다뤘다. 이 중 설정 스님에게 제기된 의혹은 세 가지다. 학력위조, 숨겨둔 딸, 사유재산 은닉이다.

“서울대 아닌 부설 방송통신대”

설정스님이 1989년 작성한 자필 이력서. [사진 MBC 'PD수첩']

설정스님이 1989년 작성한 자필 이력서. [사진 MBC 'PD수첩']

설정스님은 서울대를 졸업한 엘리트 스님으로 알려졌었다. 1989년 설정스님이 한 사찰의 주지를 지망하면서 작성한 자필 이력서에는 ‘1974년 2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료’라고 적혀 있다.

설정스님이 출연한 불교 전문 방송의 한 장면. [사진 MBC 'PD수첩']

설정스님이 출연한 불교 전문 방송의 한 장면. [사진 MBC 'PD수첩']

과거 그가 출연했던 불교 전문 방송은 설정스님이 방장으로 있는 수덕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30세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원예학과 졸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2016년 발간된 설정스님의 대담집에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다’라는 소제목을 달고 학창시절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는 설정스님의 본명인 전득수로는 학생 명부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후보 등록 전인 지난해 9월 8일 교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대가 아닌 서울대 부설 방송통신대를 졸업했다. 이유 여하를 떠나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모든 게 나의 부족함이자 불찰이다”라고 공개 사과했다.

“숨겨진 딸이 있다?”

설정스님(속세명 전득수)을 상대로 친자인지소송을 제기한 A씨. [사진 MBC 'PD수첩']

설정스님(속세명 전득수)을 상대로 친자인지소송을 제기한 A씨. [사진 MBC 'PD수첩']

지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약 30년 전 설정스님에게 여자가 있었고, 둘 사이에 자식도 하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PD수첩에 따르면 설정스님의 은처자 의혹을 받는 A씨는 1990년생이다. 이 시기쯤 수행 중인 여승을 뜻하는 ‘사미니’였던 한 여성은 설정스님이 당시 주지로 있던 절인 심광사에 주소를 뒀다. 심광사 관계자는 “옛날에 여기는 비구(남자 스님) 절이라 비구니(여자 스님)가 와서 전입신고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뉴스렙 이석만 대표는 해당 방송에 출연해 A씨의 계좌를 살펴본 결과 “설정스님이 10년 동안 13차례에 걸쳐 5800만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정스님의 속가 누이동생이 60차례에 걸쳐 1억2000만원, 누이동생의 남편, 설정스님의 조카, 또다른 여동생 등 설정스님과 가까운 가족들이 수시로 A씨에게 거액을 송금했다”고도 했다. 총 82건 19억8789만원이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달 24일 종단 현안 긴급 간담회에서 “제가 수덕사 주지를 하면서 많은 핏덩어리들을 입양시켰고 이 과정에서 오해를 불러왔던 것도 사실이다. 제가 입양시킨 이들이 8~9명 된다”며 “그 과정에서 한 아이를 이상한 시각으로 보며 제게 위협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저는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서 유전자 검사를 반드시 행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의 유전자를 채취하여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며 “그리고 의혹 당사자로 지목되는 사람의 유전자 검사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해당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한국고건축건물관 전경. [사진 MBC 'PD수첩']

한국고건축건물관 전경. [사진 MBC 'PD수첩']

설정스님의 속가의 형인 전흥수 대목장이 조성한 한국고건축박물관 등 거액의 부동산을 그가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설정스님은 “박물관이 건축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가압류를 당한 뒤 강제 경매 위기에 처했고 박물관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우선 개인 명의로 매매계약 가등기를 한 뒤 수덕사로 이전하려 했던 것”이라며 소유권을 지닌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박물관의 막대한 부채 때문에 수덕사로 당장 명의를 이전할 수 없었다”며 “명의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며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조계종-MBC 공방 격화될 듯

조계종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에서 “출가수행자의 청정성과 도덕성은 교단 스스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제35대 총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에 희망이 없다는 각오로 제기된 의혹과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한 “법을 위반해 취득한 자료를 PD수첩에 제공한 불교닷컴, 불교닷컴과 치밀한 공모 하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한 MBC 최승호 사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은 아울러 조만간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공식 반박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과 이들을 각각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첨예한 갈등이 지속할 전망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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