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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5화. 최강의 환수, 드래곤

중앙일보

입력

5화. 최강의 환수, 드래곤

세계적으로 드래곤 이야기가 인기인 까닭은

J R R 톨킨이 직접 그린 그림 '스마우그에 맞서는 빌보'.

J R R 톨킨이 직접 그린 그림 '스마우그에 맞서는 빌보'.

J R R 톨킨의 명작『호빗』은 작은 난쟁이 호빗과 드워프가 함께 모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따르면 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죠. “오래전, 가장 위대한 왕국 ‘에레보르’가 있었다. 왕국은 산속 깊은 곳에 세워졌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 명성이 자자했고 왕국 밑 땅속에는 온갖 귀한 보석들과 흐르는 강처럼 엄청난 양의 금이 묻혀있었다. 왕은 갈수록 더 많은 금을 원했고 탐욕에 사로잡힌 그의 마음은 병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병들면 불행한 일이 따르는 법. 북쪽에서 폭풍이 밀려오듯, 천지를 흔드는 소리가 들렸고, 불을 내뿜는 북쪽의 드래곤, 스마우그가 나타났다. 그날, 처참한 살육이 계속됐다. 에레보르를 영원히 뺏긴 것이다. 난쟁이들은 황무지를 떠돌았고 과거의 영광은 사라져 버렸다….”

서양에서는 드래곤(Dragon), 동양에서는 용(龍)이라 부르는 환수가 있습니다. 최근 일부 소설·애니메이션에서는 주인공에게 가볍게 당해버리는 약골로 묘사되지만, 사실 판타지나 전설에서는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존재죠.『호빗』에선 전사로 가득한 위대한 왕국이 단 한 마리의 드래곤 때문에 멸망하고, 드워프들은 초라하게 도망치니까요. ‘드래곤 슬레이어(드래곤을 죽인 자)’라는 별명은 수많은 전사·모험가에겐 최고의 명예이며, 일생을 걸고 도전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죠. 그만큼 드래곤이 강하고 위험한 존재이며,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일 겁니다.

판타지뿐 아니라 고대 신화나 전설, 동화와 설화 등에서 드래곤에 맞서는 용사와 기사, 왕자를 볼 수 있는데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드래곤은 인기 있는 소재였습니다.세계 각지에서 온갖 드래곤의 전설이 생겨난 것은 ‘공룡’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6000만 년 전 멸망하기 전까지 수억 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의 화석은 세계 각지에서 발굴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거대한 뼈를 보고 드래곤의 시체라고 생각했죠. 사실, 공룡(恐龍·Dinosaur)이라는 말이 ‘무서운 용’, 또는 ‘무서운 도마뱀’이라는 뜻인데다, 중국 등에선 공룡 뼈를 용 뼈라 부르며 약재로 썼습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괴물. 그 놀라운 뼈를 보면서 사람들은 온갖 상상을 풀어냈고 모험과 낭만을 담았습니다.

판타지 속 드래곤은 도마뱀이나 뱀을 닮았어요. 몸은 강철보다 강한 비늘이 뒤덮고, 등에는 박쥐 같은 거대한 날개가 있죠. 긴 꼬리와 긴 목을 갖고 있으며, 입으로는 불이나 독을 뿜거나 바위도 부술 수 있는 거대한 소리를 냅니다. 어지간한 집보다 훨씬 크고, 때로는 성이나 산보다 더 커서 날아다닐 때는 갑작스러운 밤이 찾아오는 것처럼 하늘을 어둡게 물들이기도 하죠.

드래곤은 덩치가 크고 난폭하지만, 매우 교활하고 똑똑해요. 수많은 종족의 말을 알아듣고 때로는 마법도 사용합니다. 특히 서양의 드래곤은 욕심이 많고 황금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아주 조그마한 재물도 손에서 놓으려 하지 않죠.『호빗』에서 드워프 왕국이 습격당한 것도 지나치게 많은 보물이 악룡 스마우그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인데요. 스마우그는 머나먼 북쪽에서 황금의 냄새를 맡았고 왕국을 짓밟고 모든 보물을 차지했습니다. 왕국의 황금만이 아니라 인간 마을의 작은 금화 하나도 스마우그의 후각을 피할 수 없었죠.

흥미로운 것은『호빗』에서 난쟁이와 인간은 드래곤을 퇴치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난쟁이의 지도자인 소린이 그의 조부처럼 병에 걸리고 만 것이죠.‘용의 저주’라고 불리는 병. 바로 황금의 유혹에 빠져든 겁니다. 탐욕에 물든 소린은 인간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엘프와도 맞서죠. 오직 황금을 차지하기 위하여 그는 전쟁을 각오합니다. 그가 증오하고 싸웠던 드래곤과 똑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거죠.

드래곤을 물리치면 명성만이 아니라 막대한 재산도 안겨주는데요. 그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죠. 드래곤의 황금을 탐한 자는 소린처럼 탐욕에 빠져버릴 거라고 신화나 전설은 경고합니다. 심지어 북유럽 신화 속 드워프왕의 아들, 파프니르처럼 황금에 몰두해서 드래곤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릅니다. 반면 빌보처럼 고결한 마음으로 드래곤에 맞서는 이는 황금보다 중요한 보물을 얻게 되는데요. 바로 자신을 극복하고 진정한 용사로 거듭나는 겁니다.

드래곤과의 싸움은 위대한 모험이자 시험입니다. 드래곤은 그 강력한 힘으로 도전자의 용기와 힘을 시험할 뿐만 아니라, 황금으로 도전자의 마음을 시험하죠. 우리가 드래곤을 최강의 환수라고 부르는 것. 그토록 많은 사람이 드래곤의 이야기를 좋아하며, 드래곤에 맞서고 싶어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드래곤은 바로 우리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거울이니까요.

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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