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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트랙터 누가 먼저? LS엠트론·대동공업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어느 날 황희 정승이 길을 가다 검은 소와 누런 소를 데리고 쟁기를 끄는 농부에게 물었다. "어떤 소가 더 일을 잘합니까." 농부는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황희 정승이 왜 귓속말로 하느냐고 묻자, 농부는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신을 흉보면 기분이 나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이후 황희 정승이 크게 반성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했다고 한다.

조선 전기 청백리 황희 정승의 일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현대식 버전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오늘날 농촌에서 '축력(畜力)'은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트랙터로 바뀌었다. 지금도 황희 정승이 있다면, 농부에게 "어떤 트랙터가 성능이 좋습니까?"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트랙터는 소처럼 '듣는 귀'가 없으니 농부도 이번엔 큰 소리로 황희 정승에게 대답했을 법하다.

체력이 떨어질 리 없는 트랙터가 땅을 일구고 밭을 갈며 수확까지 하면서, "식량 증가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트랙터는 국내 주요 4개사의 수출량만 집계해도 6억2100만 달러(6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수출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시장 선호도를 쫓다 보면 어떤 트랙터가 일을 더 잘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기술로 발전해 나갈지를 살펴볼 수 있다.

LS엠트론 XP시리즈 [사진 LS엠트론]

대동공업 PX시리즈
동양물산 TS시리즈
국제종합기계 LUXEN 대형 [사진 국제종합기계]

우선 국내 트랙터 제조사 중 가장 많은 수출량을 자랑하는 곳은 LS그룹 계열 농기계 제조사 LS엠트론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총 1만4300대의 트랙터를 팔아 2억3200만 달러(2500억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LS엠트론은 올해 힘이 좋은 102마력(1마력은 말 1마리가 1초 동안 할 수 있는 일의 양)의 'XP7102' 모델을 집중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그다음 순위로는 70년 전통의 농기계 제조사인 대동공업으로 2016년 1만2000대를 팔아 1억8000만 달러(1940억원)의 수출액을 올렸다. 대동공업은 LS엠트론보다 더 힘이 센 125마력급 대형 트랙터로 영농법인과 축산 농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대동공업 다음으로는 3위 동양물산(1만1000대 수출), 4위 국제종합기계(5000대 수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 기업의 수출량 순위는 국내 시장 점유율 순위와도 일치한다. 2015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은 LS엠트론(37.1%), 대동공업(30.1%), 동양물산(14.5%), 국제종합기계(12.2%) 순이다.

트랙터 기술은 최근 들어 진화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진화의 방향은 친환경, 자율주행 기술이 핵심이다. 지난 2016년부터 미국과 유럽의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엔진 기술이 중요해졌다. 이주현 LS엠트론 대리는 "최근 개발된 트랙터용 친환경 엔진 티어4는 기존 엔진보다 온실가스를 60~70% 줄인 게 특징"이라며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친환경 기술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트랙터는 자동차보다 자율주행 기능이 더 빨리 상용화할 가능성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농촌 인구 고령화로 무인 자동화 기술 도입이 당장 필요한 상황이 됐다. 또 차량과 인적이 드문 농지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 단계가 낮더라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LS엠트론 관계자는 "트랙터는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원격조종이 가능한 형태의 무인화 기술이 개발되고, 그 이후 트랙터 혼자서 일하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개발되는 식으로 진화 단계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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