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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 만나니 울컥"…시민들, 도심 곳곳서 환호·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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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박수를 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박수를 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27일 오전 9시20분쯤 서울역 1층 대합실 TV 앞에 시민 수십 명이 몰려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10분 앞 둔 시점이었다. 운집한 시민들의 시선은 모두 TV생중계에 쏠려 있었다. 시민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쳐다봤다. 옅은 미소를 띠는 이도 있었다.

오전 9시28분쯤 김정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민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지난 가던 이들도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TV 앞으로 다가섰다. 대합실에 있던 TV 3대 앞마다 100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29분. 드디어 두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와”하는 환호성이 터졌다. 박수를 치는 시민도 있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생중계 화면을 찍기도 했다.

27일 서울역 대합실 2층에서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정진호 기자

27일 서울역 대합실 2층에서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정진호 기자

도심 곳곳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본 시민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손자들과 부산에 가기위해 서울역을 찾았다는 김보환(58·여)씨는 “두 정상의 만남을 보고 감개무량해서 박수를 쳤다. 이 만남이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평화 통일의 시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최종미(42·여)씨는 “생중계를 보며 울컥했다”며 “11년 전 정상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중립지역인 판문점에서 만났다. 회담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이뤄져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TV생중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권유진 기자

27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두 정상의 만남을 TV생중계 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 권유진 기자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있던 시민들의 기대감도 마찬가지였다. 고속버스 운전기사 김덕주(49)는 “감회가 새롭다. 감동적”이라며 “모두가 같은 마음 아니겠나. 오전 9시50분에 전주행 버스를 몰아야 하는데 승객들이라도 보라고 버스 안에 있는 TV로 정상회담 생중계를 틀어주겠다”고 말했다.

외국인들도 관심이 많았다. 서울역에서 만난 마레일리(25·페루)는 “정상회담 생중계를 보며 놀랍고(Surprising) 경이로운(Incredible)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지난주 여행 올 때 부모·친구들이 전쟁 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렸는데, 이번 정상회담 덕분에 부모님 걱정도 덜게 됐다”고 말했다. 18년 동안 한국에 살았다는 호주 출신의 한 외국인(49)은 “이번 회담으로 통일로 바로 갈 수 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단계”라며 “이번 회담의 타이밍이 나쁘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 결과에 걱정을 갖고 있는 시민들도 있었다. 청주시에 산다는 윤은중(64)씨는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이번에 ‘비핵화’가 합의된다고 해도 과연 합의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다. 말 뿐인 합의와 평화가 되지 않을 지 걱정”이라며 “이번 합의가 어그러지면 국내 보수·진보 이념 갈등만 더 심각해 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조한대·권유진·정진호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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