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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in] 게임도 애니도 'Made in China' 용틀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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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 온라인 게임 ‘전기세계’,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웨치통’, TV애니메이션 ‘화끈한 6인조’.

대중문화를 즐겨라, 대중문화를 팔아라 -.

만화.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 등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불리는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90년대 말 영국 정부가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reative Industry.창조산업)'를 내세운 것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바야흐로 포성 없는 문화전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이 분야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주목해야 할 거대한 용(龍)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시작된 11차 5개년 계획(2006~2010)에서 문화산업을 집중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총서 부서장 류빈제(柳斌傑)는 중국문화산업 신년포럼에서 "현재 중국의 문화산업 시장은 2조 위안(약 260조원)이며 5년 내 4조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앞두고 '세계 최고의 문화산업 강국'이 되겠다는 용틀임이다.

# 장면1=중국 상하이 난징시루 1856번지 ‘쉬안둥 애니메이션 쇼핑센터’. 지난 1월 문을 연 이곳은 중국 최초의 캐릭터 전문 상가다. 미키 마우스, 헬로 키티, 건담 등 미국과 일본의 유명 캐릭터 상품들이 들어선 1층 매장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은 ‘란마오’숍이다. 파란 고양이라는 뜻의 ‘란마오’는 제작된 시리즈가 2000편을 넘는 중국 대표 TV애니메이션. 이곳 매니저는 “란마오가 그려진 상품 한두 개 없는 중국 어린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주말에는 손님이 5000명 정도 들어오는데 란마오 숍에 가장 많이 몰린다”고 말했다.

# 장면2=인터넷 시스템 개발 전문가인 중국 청년 리련(李燃·23)는 더 이상 한국 온라인게임 ‘리니지’(중국명 ‘天堂’)를 즐기지 않는다. 대신 ‘전기세기’나 ‘몽환서유’같은 중국 온라인 게임을 선호한다. “한국 게임은 몰입하면 재미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한국어를 읽기도 불편한데 비해 중국 게임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다”는 이유다. 중국 게임시장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정훈영 CCC&Gtrix 차이나 이사는 “한때 ‘미르의 전설’같은 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 시장을 장악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 최고의 인기를 끄는 것은 중국 게임들”이라며 “2004년 말부터 등장한 온라인게임 보호정책으로 중국 게임들이 부쩍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문화산업의 행보가 빨라졌다. 선봉장은 애니메이션과 온라인 게임이다. 애니메이션은 문화산업을 집중육성키로한 중국 정부의 11차 5개년 계획에서도 핵심 지원산업으로 꼽힌다. 현장을 돌아본 이상홍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상하이연구원은 “상하이를 비롯해 전국 23곳에 동만유희기지(만화애니메이션게임단지)가 세워졌으며 다들 뭔가 해보려는 의욕이 충만하다”고 말했다.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전무는 “항저우에서는 작품을 만들어 CCTV에서 방영되면 지자체가 1분당 1000위안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창작열을 부추기는데 매우 적극적이다”고 전했다.

작품 내용도 달라지고 있다. 이야기 전개가 지루하고, 캐릭터도 보수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도 확 바뀌고 있다. 하루 18시간씩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쉬안둥카툰이 준비하는 야심작 ‘화끈한 6인조’가 최근 변화상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광고회사에 입사한 3명의 청년과 3명의 처녀를 주인공으로 현대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류쥔 부사장은 “대학생과 고등학생까지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작품보다 두 배 가량의 제작비를 들여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당초 26부작을 생각했으나 내용이 재미있어 100부작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애니메이션스튜디오가 준비중인 극장판 ‘용사’. 몽골의 전통 무술가문 출신 2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장쾌한 스케일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이들의 화제가 되도록 할 것”이라는 것이 조쥔 부사장의 호언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06 중국문화산업발전보고’에서 “중국 문화산업시장 구조는 거대한 변화를 맞을 것이며 그 변화의 선봉장은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05년 24억7000만 위안에서 올해 80억 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까지 중국의 민족문화를 소재로 한 100대 게임을 개발한다는 프로젝트는 업계에 든든한 원군으로 등장했다.

온라인 게임사 성따의 장향동 부회장은“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매년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성따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서 엔터테인먼트와 인포메이션, 컴퓨터에서 TV와 휴대전화, 또 광고와 전자상거래 등 첨단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문화산업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과 맞물려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 현대국제시장연구공사는 “2005년을 기점으로 중국인들이 식료품비보다 교육문화오락소비에 더 많은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는 중국의 문화산업을 전세계에 파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 피부에 와닿는다.

상하이=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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