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기술력은 있어 민간펀드 만들어 도와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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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녹십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장종환(56.사진) 부사장은 미 다국적 제약사 BMS에서 개발 담당 임원을 지내다 지난해 여름 이 회사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대 화학과와 미 피츠버그대(박사)를 나와 다년간 신약개발 및 제약 비즈니스에 몸담았던 그는 한국의 블록버스터 신약개발 능력에 대해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최근 3년 새 사이언스.네이처.셀 같은 세계적 과학저널에 60편의 논문을 낸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과학적 배경은 꽤 성숙했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과학에 기초한 약물 탐색에서 더 나아가 시장에 맞는 약물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시장이 요구하는 신약을 파고들어야 제품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는 팩티브의 부진도 이런 점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부사장은 귀국해 일하면서 선진국과 한국의 제약 자본 규모 격차가 예상보다 엄청난 데 놀랐다. 그는 "제품화에 성공하려면 적어도 500억원의 연구비를 손에 쥐고 시작해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산업은 손실 위험을 많이 무릅쓰는 만큼 수익이 나면 크게 난다"며 "국내 제약자본이 취약한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약개발을 위한 민간 펀드 조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 부사장은 또 신약 후보 물질을 임상시험 초기 또는 그 이전 단계에서 외국에 팔면 제값 받기가 힘들지만 임상 마지막 단계에 팔면 훨씬 비싸게 받을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서둘러 귀국해 한국업체에 몸담게 된 발상이 흥미롭다. "대부분 60세가 넘어 귀국하는 선배 과학자들을 많이 봐 왔어요. 신약 제품화엔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늦어도 50대 중반에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최근 항암제 후보물질 그린스타틴의 임상시험을 미 텍사스주의 세계적인 암 치료센터 MD앤더슨에서 개시하는데 성공했다. 또 골다공증 치료 후보물질 기술을 독일 제약사에 1600억원을 받고 수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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