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위험 구장서 야구 하라니" 선동열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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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위험이 큰 대구 구장은 야구를 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프로야구가 이런 구장에서 치러진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프로야구 개막(8일)을 앞두고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6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선동열 삼성 감독은 홈구장에 대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선 감독뿐 아니다. 8개 구단 감독 모두 국내 야구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960년 지어져 8개 프로 구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서정환 기아 감독은 "5월 지방선거에선 전용구장 건립을 약속하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철 LG 감독도 "잠실구장이 좋다고는 하지만 탈의실이 없어 선수들이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개방한 인천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는 조범현 SK 감독만이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돔구장 건립'이 1월 12일 새로 취임한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최대 공약일 정도로 국내 구장의 개선 문제는 오래된 일이다.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때부터다. 일본의 도쿄돔, 미국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뛰면서 김민재(한화)는 "이런 곳에서 야구를 하면 평생 에러 하나 안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진영(SK)이 환상적인 슬라이딩 캐치를 할 때 한국 코치진은 "대구 인조잔디에서 저렇게 하면 6월까지는 푹 쉬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대구 구장이 불을 질렀다. 대구 지역의 한 신문이 3월 22일 대구 구장 일부가 내려앉았다고 보도했다. 3루 더그아웃 상부 슬래브(천장 부분)가 정밀 진단 결과 E등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E등급은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진단 이후 탄광 갱도처럼 철제 구조물을 더그아웃에 설치했다.

팬들은 "사람이 죽어야 새로운 구장을 지을 것이냐"라며 "8일 개막전 시구자인 조해녕 대구 시장은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와야 할 것"이라고 항의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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