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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음치불가] 마이클 볼튼…'노래 머신' 창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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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노래 잘하는 사람은 그저 타고난 것이기만 할까. 타고난 음색에 개성 있는 창법을 개발할 때 명가수는 탄생한다. 음악 전문지 '핫뮤직' 조성진 편집장이 유명 가수들의 창법을 꼼꼼히 분석한 '조성진의 음치불가' 칼럼을 6일부터 매주 목요일 me지면에 연재한다.

남자라면 마이클 볼튼(사진)의 'When A Man Loves A Woman'이나 'How Am I Supposed To Live Without You'를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멋지게 부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품어보지 않았을까. 마침 지난달 31일과 4월 1일 첫 내한공연을 연 그의 창법이 '음치 불가'의 첫 해부대상이다.

마이클 볼튼은 흑인 음악인 솔(soul)을 백인의 색깔로 소화해 부르는 세계적인 보컬리스트다. 온갖 테크닉과 감각이 총동원되는 최고 경지의 가창력을 들려준다. 특히 가슴에 있는 공명점(울림점)을 울려 내는 소리인 흉성의 구사능력이 탁월하다. 저음역에서 울리는 특유의 흉성 바이브레이션은 '역시 마이클 볼튼!'이란 감탄사가 나오게 한다.

복식호흡을 통한 발성을 할 때 나오는 고음역대의 풍부한 공명음, 즉 '고음 배음'도 잘 낸다. 흉성을 주로 구사하면서 고음역 배음도 잘 내는 가수는 흔치 않다.

성악을 공부한 사람답게 머리 쪽으로 소리를 올려주는 두성, 그중에서도 뒤통수나 머리통 전반을 공명시키는 후두성 창법의 달인이기도 하다. 후두성은 두껍고 풍부한 소리를 내므로 성악 쪽에서 많이 사용된다. 반대로 양 눈썹 사이 미간을 공명시키는 전두성은 날카롭고 얇은 소리에 어울리므로 록 보컬들이 많이 사용한다. 마이클 볼튼이 고음역대에서 더욱 응집력 있는 소리, 두껍고 풍부한 음색을 뽑아내는 것은 바로 후두성을 탁월하게 구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리를 뒤쪽으로 당겨서 음을 높게 띄우는 고난도의 기술도 체득했다. 이런 '마이클 볼튼식 창법'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Soul Provider'(1989)와 'Time, Love, Tenderness'(1991) 두 앨범부터다. 이후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은 그의 창법을 따라했다. 임재범은 로니 제임스 디오 등을 비롯한 일련의 헤비메탈 보컬로부터 영향받은 자신의 흉성에 마이클 볼튼 식 창법을 덧입혔다. 부드러움과 거친 질감이 교묘하게 오버랩되는 임재범만의 창법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박효신.JK김동욱.테이 등 여러 '임재범 학파'가 나왔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고음역 배음이 많이 사라지고 소리가 더욱 편하고 부드러워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창때 부르던 방식보다 조(Key)를 조금 낮게 해 부르는 경향도 있다. 음색도 허스키해졌다. 가수들은 젊을 때는 우렁차고 직선적인 소리를 내다가도 나이가 들면 낮고 깊은 소리를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는 그의 소리를 '기계적'이라 혹평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53세의 마이클 볼튼은 엄청난 가창력을 소유한 '노래 머신'의 단계를 지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존재가 돼 있었다.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고른 입자감의 깔끔함 대신 약간 탁한 질감으로 소리가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인간적 냄새가 풍겨 좋아 보였다.

조성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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