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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발표에 日은 냉랭···"김정은 핵보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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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부도 언론도 냉정한 반응이었다.

아베, 김정은 발언에 "환영"하면서도 "바뀐 것 없다" #日 정부 "이걸로 부족""그동안 많이 속았다" 비판 #日 언론 "핵 포기를 향한 길은 전혀 안보여"회의적 #아사히 "CIA 고관들 며칠전 방북, 김영철과 협상중"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선언한 북한에 대해서다.

아직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정권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유다.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아베 총리.[AP=연합뉴스]

17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아베 총리.[AP=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관련 소식이 전해진 21일 기자들에게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이런 움직임이 핵과 대량살상무기,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로 이어지느냐다. 그걸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한국과 함께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22일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도 "실제로 핵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움직이는지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도 "현 단계에서 해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각료들은 아베 총리에 비해 속내를 더 솔직하게 드러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은 21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 레벨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언급을 했다고 해도 (대북)제재가 완화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1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미국을 방문 중인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도 “(일본에 위협이 되는) 중ㆍ단거리 탄도 미사일과 핵 포기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이걸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EPA=연합뉴스]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EPA=연합뉴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지금까지 몇 차례 약속했지만 (핵과 미사일 개발은)계속 돼 왔다. 말뿐인 이야기에 대해선 아무 것도 말(논평) 못하겠다”고 말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EPA=연합뉴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EPA=연합뉴스]

총리 관저와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동안의 '핵 개발' 입장이 '핵 보유'로 바뀌었을뿐이다. 실체는 아직 하나도 바뀐 게 없다”,“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주장이 강했다.

핵 실험장 폐쇄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어차피 붕괴 위기때문에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장소가 돼 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회의적인 전망에 대해 지지통신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감이 높은 한국·미국과, ‘분명히 어느 단계에선가 북한에 배신당할 것’이라고 보는 일본 사이엔 분명히 온도차가 있다”며 “특히 일본 정부엔 국제사회의 관심이 핵·미사일 문제에만 쏠리면 (일본이 바라는) 납치문제 해결이 물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신문들의 분석도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핵 폐기에 대한 의사가 보이지 않는다”(니혼게이자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빠졌다…핵 개발 기술은 유지되는 것”(아사히), “비핵화에 대한 길이 선명하지 않다. 김정은은 핵보유를 계속 강조했다”(마이니치), “북·미회담에서의 대가를 노린 것”(요미우리)이라는 분석들이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한 발 진전됐다”와 “놀랄 것 없이 당연한 것이다. 앞으로를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갈렸다.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전 외무성 사무차관은 22일 NHK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김정은은 핵 폐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오히려 핵 보유국의 입장을 취했다. 이를 진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노 외상은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020년까지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ㆍ미ㆍ일 3국이 2020년을 북한 비핵화의 기한으로 정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 중” 이라는 최근 일본 언론들의 보도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고노 외상은 “2020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늦어도 그때까지는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 “트럼프 정권, 문재인 정권, 아베 정권 내에 비핵화를 끝내야 한다”, “북한은 정권교체가 없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북한이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 [워싱턴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내정자 [워싱턴 AP=연합뉴스]

◇아사히 “CIA 고관들 지금 북한에서 협상 중”=아사히 신문은 22일 “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 몇 명이 몇일전 북한을 방문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이견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관계 소식통을 인용한 서울발 기사에서 아사히는 “이들은 김정은을 만나지 않았고,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통일전선부 간부들이 이들을 맞고 있다”며 “북한을 방문한 건 미 중앙정보국(CIA) 고위 관료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별도의 기사에서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에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의사를 전달했지만, 비핵화 대상과 기간은 밝히지 않았다”,“북·미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을 석방하겠다”는 입장도 북한이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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