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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발’ 류현진, 3승 눈앞-방어율 1.9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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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이 22일 워싱턴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3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이 22일 워싱턴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3승을 거뒀다. [AP=연합뉴스]

류현진(31, LA 다저스)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3승(무패)에 성공했다. 다저스의 5선발로 올 시즌을 시작한 그는 네 차례 등판 만에 팀 내 입지를 바꿔놨다.

7이닝 무실점 8K...시즌 3승 #평균자책점 1.99로 팀내 1위 #5선발에서 에이스급으로 도약 중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 경기에서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8탈삼진)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홈런 3개를 터뜨리며 4–0으로 이겼다.

류현진은 정확한 제구와 영리한 공배합으로 내셔널스의 장타력을 무력화했다. 최고 시속 148km를 기록한 직구와 타자 무릎 아래로 뚝 떨어지는 커브 조합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커터와 체인지업이 더해지면서 내셔널스 타자들의 머리는 더 복잡해졌다.

승부처는 다저스가 1-0으로 앞선 3회 초였다. 류현진은 2사 1루에서 2015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이자 홈런 1위(8개) 브라이스 하퍼를 상대했다. 볼 3개를 바깥쪽으로 뺀 류현진은 체인지업과 직구를 던져 볼카운트 3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다. 이어 4번타자 라이언 짐머맨을 상대할 때도 코너워크를 하느라 3볼-0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체인지업과 커브로 풀카운트를 만들었다. 6구째 커터가 빠져 또 볼넷이 됐다. 큰 위기, 불리한 카운트에서 류현진은 타자가 기다릴 만한 직구를 던지지 않았다. 피할 듯 피하지 않으며 팽팽한 승부를 만들었다.

만루가 되자 다저스타디움은 침묵에 빠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5번타자 모이세스 시에라에게 커터 2개를 연속으로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5만 여 관중석 대부분을 메운 다저스 팬들은 큰 함성과 박수로 류현진을 응원했다. 류현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터벅터벅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0-1이던 5회 말 2사 1,2루 타석에 들어선 류현진은 오른쪽 담장을 때리는 큰 타구를 날렸지만 파울이 됐다. 풀카운트에서 낮은 커브를 골라냈으나 주심은 삼진을 선언했다. 류현진은 아쉬운 듯 심호흡을 하며 돌아섰다. 그러나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6회 초 하퍼와 짐머맨을 범타, 시에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기세를 이어갔다.

3회 초를 제외하면 내셔널스는 득점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류현진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현란하게 공배합을 바꿔가며 삼진 8개를 뽑아냈다. 투구수 89개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58개에 이를 만큼 공격적이었다. 볼넷 3개도 전략적 선택이었을 뿐 제구가 흔들린 건 아니었다. 선발 투수가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인 안정감이 특히 돋보인 류현진은 5선발이 아닌 ‘오(Oh)! 선발’의 위용을 보였다. 앞선 경기에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이 (수술 전) 모습을 되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이유다. 수술 후 재활훈련을 하면서 개발했던 커브와 커터가 2년 후 안정화 단계에 이른 느낌이다. 직구-체인지업에 의존하던 2013년보다 류현진의 선택지가 많아졌다.

 류현진이 지난 11일 오클랜드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호투했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이 지난 11일 오클랜드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다양한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등 호투했다. [AP=연합뉴스]

경기 전 전망은 밝지 않았다. 선발 로테이션 맨 끝에 있는 류현진은 수시로 등판 일정이 바뀌다가 이날 출전이 확정됐다. 동료 리치 힐의 손가락 부상으로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전 승리 후 나흘만 쉬고 등판한 것이다. 2015년 왼 어깨 수술 후 류현진은 대부분 닷새 이상의 휴식을 받았지만 현재 다저스는 그럴 여유가 없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마저 전날 내셔널스전에서 패전투수(7이닝 4실점)가 되면서 류현진의 부담은 더 커졌다. 그러나 류현진은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망주였던 워싱턴 선발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짜릿한 투수전을 벌여 완승했다.

다저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단한 선발진을 구성했다. 기대보다 잘 던지는 선발 투수를 꼽으라면 단연 류현진이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다저스 선발진 가운데 최다승(3승 무패)을 거뒀고, 평균자책점(1.99)도 가장 낮아졌다. 불안하기만 했던 5선발의 역할이 달라질 것 같다.

LA=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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