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Chung Hyun
설치 작가 정현(62)의 스튜디오는 폐자재로 예술을 잉태하는 거대한 자궁이다. 기차의 질주를 온몸으로 받아내던 침목(枕木), 서원 유생들의 음풍농월과 수백 년 세월을 함께 한 길이 7m 짜리 대들보, 철거된 옛날 한옥을 지탱하던 오래된 목재, 석탄 찌꺼기인 콜타르 같은 것들은 그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기찻길 쇠석(자갈)에 눌린 자국 선명한 2m50cm 짜리 침목 세 개를 붙여 만든 설치 작품은 2016년 프랑스 팔레 루아얄 정원을 장식하며 “지금까지 설치된 작품 중 정원 분위기에 가장 어울린다”는 찬사를 들었다. 작가는 “어마어마한 시련을 잘 견딘 인간 같다”는 짧은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4월 10일~5월 22일 금호미술관, 문의 02-720-5114
대형 설치 작품과 드로잉, 미공개작 22점 등 30여 점을 볼 수 있다. 월요일 휴관. 5월 13일 오후 3시에는 심상용 미술평론가와 작가의 대담도 준비했다.
글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