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섞인 말로 분위기 업”…유치원 교사는 꾸며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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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이미지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유치원 이미지사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중앙포토]

"필살 애교를 보여달라"

"예뻐지는 습관을 실천하라"

"애교 섞인 말로 분위기를 업 시켜라"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이 보는 교육용 자료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고 있다.

유아 교육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왜곡된 성 역할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제기된 자료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지표 평가인증을 위한 교사 교육 자료로 유아교육 자료 등을 발행하는 A사가 2017년 8월 출시했다.

이 자료의 '교사 OT' 섹션에 수록된 내용에는 '더 사랑스럽게', '이제 나도 걸그룹' 등의 제목 아래 교사가 갖춰야 할 태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출시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News1]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출시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News1]

우선 '더 사랑스럽게'라는 항목에는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수행을 소개하며 '나만의 필살기 애교를 남자친구에게만 보여주지 말고 옆 반 쌤에게도 보여주세요', '애교 섞인 말로 분위기를 업시켜볼까요?' 등의 멘트가 적혀 있다.

이어 단계별로 '배시시한 눈웃음' ,'문장 끝에 이응(o) 받침' '과한 리액션과 칭찬'을 사례를 들어 부연 설명했다.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출시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News1]

유아교육 자료 제작사에서 출시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지표 평가인증' 교사 교육 자료의 한 항목. [News1]

또 '이제 나도 걸그룹'이라는 제목의 페이지에서는 긴 머리에 치마를 입은 여성 삽화와 함께 '매일매일 지금보다 더 젊어지고 예뻐지는 습관을 실천해 보세요'라는 말이 적혀 있다.

삽화 속 얼굴, 입, 허벅지, 피부 등 각 신체 부위에 화살표를 그어 '입술 주름을 유발하는 빨대는 사용 금지', '몸에 딱 맞는 속옷 착용', '절대 다리를 꼬지 말 것', '장시간 휴대폰 사용은 피부 트러블이 유발되니 금물'이라는 등의 멘트가 적혀 있다.

이 밖에도 피부에 맞는 화장품 색 고르는 법, 체형을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는 코디법 등이 여러 쪽에 걸쳐 다뤄졌다.

유치원 교사들이 관련 내용을 SNS에 올리며 이 자료의 내용이 알려지자, 현직에서는 유치원 교사의 업무와는 관련 없이 여성성을 부각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A사는 자사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해당 상품을 삭제했지만, 회사 측 입장에 대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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