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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북미, 말폭탄 주고받던 지난해 10월부터 교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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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해 10월 북한과 미국이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화 채널을 가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같은 시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미국과의 대화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이 북한 노동당 간부 출신 인사를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 순방(지난해 11월 5~15일)을 앞둔 지난해 10월 30일 북·미 뉴욕채널이 가동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북아 지역에 머물고 있을 때 북한이 도발한다면 사태가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 관계자는 "본국에 건의하겠다"며 미국 측의 주문에 공감했다고 한다.

당시는 미국이 B-1B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로 보내 훈련을 하고(10월 10일), 미국에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군사적 옵션 사용을 검토하고 있을 때다. 특히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각각 “로켓맨”,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말폭탄으로 위협했던 시기다.

 뉴욕 접촉 이후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국 2주 뒤(29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미뤘고, 원색적인 비난을 삼갔다. 미국 역시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2397호)를 하면서도 자극적인 발언은 중단했다. 현재 한국의 중매로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지만, 양측은 지난해 10월쯤부터 이미 교감이 있었던 것이다. 닛케이는 “김정은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대화국면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며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전환하기로 하고 협공해 오는 시나리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최근 기념보고대회 등 각종 정치행사에서 핵과 미사일, 핵 무력이란 단어를 ‘혁명무력’,‘전략 국가’로 대체하며 상황관리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핀란드에서 북측 관계자와 접촉했던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회의에 참석했던) 북측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불발될까봐 노심초사했다”며 “북한의 변화에 진정성이 있건, 그것이 사기든 우리가 잡아채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현실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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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용수 기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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