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벨트선 중이온가속기로 암 치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지난 12일 대전시 유성구 신동지구에서 기초과학연구원 관계자들이 과학벨트 건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일 대전시 유성구 신동지구에서 기초과학연구원 관계자들이 과학벨트 건설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신동. 세종시와 인접한 시골 마을이다. 머지않아 이 일대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설하는 ‘국제 과학 신도시(과학벨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축구장 230배 크기의 부지(164만3000㎡)에는 터 닦기와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일부에는 콘크리트 바닥 위로 철근들이 솟아있었다. 중이온가속기 실험동 등 시설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고 있는 모습이다. 기초과학연구원 김규남 건설관리팀장은 “전체 공정은 12% 정도”라며 “과학벨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과학 신도시 조성 현장 # 5조7000억 들여 2021년 완공 목표 # 공정률 12% … 실험동 등 속속 윤곽 # 지역경제 활기, 일자리 창출 기대 #“기초 학문 연구에만 치중” 지적도

과학벨트 사업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주요 시설 가운데 하나인 기초과학연구원이 오는 20일 개원하는 상황에서 기초 학문 연구뿐만 아니라 연구성과의 실용화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과학벨트 사업은 2007년 추진됐다. 지역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다가 2011년 거점지구와 기능지구(세종·청주·천안) 등으로 정해졌다. 거점지구는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는 신동지구를 포함해 유성구 둔곡지구, 도룡지구 등 3곳이다. 거점지구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2021년까지 추진되며 총 사업비는 5조7044억원이다.

신동지구 조감도. [프리랜서 김성태]

신동지구 조감도. [프리랜서 김성태]

신동지구에는 1조4314억원을 들여 중이온(라온)가속기 터널과 초전도 조립동, 실험동, 지원시설동 등을 만든다.

둔곡지구(180만2000㎡)에는 산업단지와 주거 단지를 조성한다. 도룡지구에는 글로벌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연구인력 700여명)이 들어섰다.

이 가운데 핵심시설은 중이온가속기다. 중이온가속기는 중이온(수소·헬륨보다 무거운 이온)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충돌시키는 장치다. 원자핵의 구조, 별의 진화, 우주 생성 초기 상태 연구 등 기초연구에 쓰인다. 동식물 돌연변이, 핵자료 생산, 중이온 암치료 연구 등도 할 수 있다.

거점지구 주변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26개 정부 출연연구소와 17개 민간 연구소가 있다. 첨단벤처기업만 1300여개에 이른다. 기초과학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10년간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긴 했지만, 무난히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신동지구에 ‘라온바이오융복합의학연구원’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메티컬 연구센터▶중입자(重粒子)가속기 암 전문 치료센터▶의료방사선 기술사업화센터 등을 만드는 게 목표다. 연구센터에서는 난치성 암 진단과 정밀치료기술을 개발한다. 중입자가속기는 중이온가속기에 사용하는 원자 가운데 탄소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예상 사업비는 약 5300억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전에 중부권 원자력의학원 설립을 공약했다.

대전시 김영빈 과학특구과장은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해 암 치료법 개발은 물론 의료·바이오 융합 연구를 거쳐 사업화까지 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일자리 1만5000여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입자가속기 암 치료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일본과 독일 정도다.

대전시는 과학벨트 조성을 계기로 대덕특구리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다. 40년전 조성돼 성장이 정체 상태인 대덕특구에 연구소기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 특화 첨단지식산업센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입지규제완화 등 각종 규제를 없에는 ‘규제제로 특구’지정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벨트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조규성 원자력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현재 드러나는 과학벨트 사업은 기초학문 연구 기능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라며 “기초 학문 성과를 어떻게 실용화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하며 중입자 가속기를 통한 암 치료 등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