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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간 뮤지컬…오디션 프로서 주연 뽑고, 홈쇼핑서 티켓 팔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뮤지컬 '젊음의 행진'.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도 따라할 수 있는 '싱어롱데이' 이벤트를 벌였다. [사진 PMC프러덕션]

뮤지컬 '젊음의 행진'. 배우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관객들도 따라할 수 있는 '싱어롱데이' 이벤트를 벌였다. [사진 PMC프러덕션]

지난 13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이 공연되는 동안 객석도 들썩였다. 이날은 관객들이 배우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관람할 수 있는 ‘싱어롱데이’였다. 배우들이 연기 사이사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김민교의 ‘마지막 승부’, 이상은의 ‘언젠가는’ 등 친숙한 가요를 부를 때마다 관객들도 야광봉을 흔들며 따라불렀다. ‘싱어롱데이’를 기획한 마케팅 대행사 랑의 안영수 대표는 “싱어롱데이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가 평소 공연 때보다 훨씬 컸다. 관객들의 적극적인 피드백에 감동한 배우들이 매일 싱어롱데이였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5월에는 11, 18, 25일 세 번의 금요일에 관객들이 2막 초반 10∼15분 동안 객석에서 일어나 싱어롱 이벤트를 즐기는 ‘금금즐(금요일 금요일은 즐거워)’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객 반응 좋고 입소문 내는데 효과" #"단시간에 관객 끌려는 궁여지책" 반론도

TV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콜' 방송 장면. 위부터 이찬동 지원자, 신성우 심사위원, 김수연 지원자. [사진 MBC플러스]

TV 오디션 프로그램 '캐스팅 콜' 방송 장면. 위부터 이찬동 지원자, 신성우 심사위원, 김수연 지원자. [사진 MBC플러스]

관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뮤지컬 업계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18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새 주연 배우를 찾고 있다. 케이블 채널 MBC뮤직ㆍMBC드라마넷에서 방송되는 ‘캐스팅 콜’에서 남녀 각각 1명씩 우승자를 뽑아 주인공 역을 맡긴다는 것이다. 우승자들은 캐스팅이 확정된 레트 버틀러 역의 신성우ㆍ김준현ㆍ테이, 스칼렛 오하라 역의 바다ㆍ김보경ㆍ루나와 함께 쿼드 캐스팅으로 무대에 오른다. 단숨에 대극장 뮤지컬 주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파격적인 혜택에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에는 JTBC ‘팬텀싱어2’에 출연해 주목받았던 뮤지컬 배우 백승렬, MBC ‘위대한 탄생2’ 우승자 구자명,  Mnet ‘프로듀스101 시즌1’에서 ‘황이모’란 별명을 얻었던 황인선, 걸그룹 구구단의 해빈 등도 포함됐다. 최종 승자는 오는 27일 생방송 무대에서 심사위원단 평가와 시청자 투표 등을 합산해 가릴 예정이다.

지난달 10일 현대홈쇼핑의 뮤지컬 '시카고' 티켓 판매 방송. 준비한 티켓 7200장이 방송 45분 만에 매진됐다. [사진 신시컴퍼니]

지난달 10일 현대홈쇼핑의 뮤지컬 '시카고' 티켓 판매 방송. 준비한 티켓 7200장이 방송 45분 만에 매진됐다. [사진 신시컴퍼니]

작품 홍보를 위한 무대는 TV 홈쇼핑으로도 확대됐다. 지난달에만 뮤지컬 ‘시카고’와 ‘닥터 지바고’ 등 두 편의 뮤지컬이 홈쇼핑 방송을 통해 티켓을 팔았다. 최정원ㆍ남경주ㆍ아이비(‘시카고’), 서영주(‘닥터 지바고’) 등 주연 배우들이 직접 홍쇼핑 방송에 출연해 작품을 소개하고 대표 넘버를 불렀다. 뮤지컬 콘텐트와 홈쇼핑의 첫 결합 사례는 2016년 CJ오쇼핑에서 티켓을 판매했던 ‘마이 버킷 리스트’다. 제작사인 라이브 강병원 대표는  “대중을 상대로 입소문이 나게 하려면 홈쇼핑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방송 후 소극장 창작 뮤지컬인 ‘마이 버킷 리스트’의 인지도가 높아져 기존 예매사이트를 통한 티켓 판매도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롯데홈쇼핑에서 ‘닥터 지바고’ 티켓 5200여장을 판매한 오디뮤지컬컴퍼니 측도 “방송 1시간 동안 공연 실황과 주연배우 인터뷰, 백스테이지 스케치 등을 내보냈다. 노래가 나오는 장면에서 티켓 판매율이 높아졌다. 일반 시청자들에게 작품 홍보가 제대로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뮤지컬 ‘쿵짝’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벚꽃축제 현장을 찾아가 게릴라 공연을 펼쳤고, 다음달 4일 개막하는 서울시뮤지컬단의 ‘브라보 마이 러브’는 17일 오후 8시 작품 속 넘버를 미리 들려주는 미니 콘서트를 열고 이를 네이버 생중계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티켓 가격이다. 제작사들이 단시간 많은 관객을 모으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로는 티켓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늘리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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