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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산비 지급 결정 잘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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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확정한 '출산 여성에 대한 임금 및 휴가비 지급 개선안'은 여성 근로자에게 기쁜 소식이다. 일하는 여성에게 무거운 짐이었던 임신.출산에 따른 걱정과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 세대를 비판하고 저출산 현상을 걱정하면서도 여성의 의무만을 강조하던 것에 비하면 한걸음 나아간 대책이다.

이제까지 여성 근로자가 출산 전후 90일 동안 휴가 기간에 받는 급여액은 60일분을 기업이, 30일분을 고용보험이 맡아 왔다. 기업이 여성 근로자 채용을 꺼려온 까닭 중 하나다. 중소기업은 2006년부터, 대기업은 2008년부터 출산 휴가 급여 전액을 고용보험과 정부 일반회계가 부담함으로써 출산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됐다. 특히 여성 노동자의 7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이 임신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계약직의 노동권 향상도 기대된다.

이번 법안은 임신 중 자연유산이나 사산한 여성 근로자에 대한 규정을 넣음으로써 모성 보호 측면에서도 평가할 만하다. 유산과 사산은 여성에게 출산 못지않은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고통을 준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열악한 근로 환경이나 부실한 사회 제도는 외면한 채 여성에게 아이를 잃은 책임을 몰아쳤다. 내년부터 자연 유산.사산한 여성 근로자는 45일 동안 고용보험에서 나오는 휴가비를 받으며 쉴 수 있게 돼 모성의 권리를 법적으로 누릴 수 있게 됐다.

임신과 출산은 한 나라가 존립하는 데 기초가 되는 일이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출산을 북돋우는 각종 제도 정비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늦게나마 법률을 고치고 현실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여준 당국은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일부에서는 소요 예산 증가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압박을 걱정하지만 이는 국민적인 과제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출산은 출발일 뿐이다. 정부의 눈길이 양육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