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신공항' 논란…10년 묵은 갈등 되살아나나

중앙일보

입력

2016년 일단락됐던 남부권 신공항 건설 갈등…선거 앞두고 부활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새대열) 김형기 상임대표와 회원들이 남부권 밀양 신공항 건설사업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2016년 김해공항 확장안이 나오며 일단락됐던 신공항 건설 논란이 다시 원점에서 맞붙을 조짐을 보인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에 대응해 대구지역 시민단체가 밀양 신공항 재추진을 촉구하면서다.

10년 이상 대구와 부산을 비롯한 영남권 지자체 간 갈등을 불러왔던 남부권 신공항(동남권 신공항) 갈등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남부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2016년 6월 21일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백지화됐었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사전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수행한 기관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단이 2011년 3월 29일 오후 공항 예정 후보지인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중앙포토]

2016년 6월 21일 부산 강서구 다저동 공항로 도로변에 내걸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플래카드. 송봉근 기자

지역정당 창당을 표방하는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새대열)' 김형기 상임대표는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남부권 밀양 신공항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대표는 "오거돈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부산 지역 이기주의에 기초해 지난 정부에서 무산된 남부권 신공항을 가덕도에 건설하려는 공약을 한 것"이라며 "사정이 이러함에도 대구의 정치권은 대응이 매우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공항·K-2공군기지 통합이전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만약 가덕도 신공항이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현실화된다면 대구의 통합공항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미주노선 취항은커녕 이른바 '고추 말리는 공항'이 돼 버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새대열) 김형기 상임대표와 회원들이 남부권 밀양 신공항 건설사업 재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이어 "박근혜 정부는 김해 신공항이라는 아주 잘못된 절충안으로 불씨를 남기고 봉합해 버렸다"며 "저는 문재인 정부에게 남부권 밀양 신공항을 재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지역 정치권, 대구시장 후보, 지역 지도층, 지역 언론이 새롭게 결집해 남부권 밀양 신공항을 재추진하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공항 통합 이전 사업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구보다 이 문제(신공항 건설)를 심각하게 보고 정면 대응해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는 '통합신공항 건설'이라는 실패가 예정된 방침만 고수하고 있다"며 "대구의 장래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 통합신공항 이전 계획은 즉각 중단하고 남부권 밀양 신공항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밀양 신공항 재추진 주장은 지난 2월 오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오 후보는 당시 "남부권 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시장 후보 출마를 선언을 하고 있다. 오 전 장관은 공약으로 부산의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과 함께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재추진, 2030부산엑스포 북항 개최를 내세웠다. [연합뉴스]

불씨가 되살아난 남부권 신공항 갈등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북항재개발종합계획보고회 간담회에서 신공항을 공식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이듬해 11월 당시 건설교통부 1단계 용역 결과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압축된 상황에서 2011년 두 곳 모두 부적합판정을 받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불씨가 다시 지펴진 것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면서였다. 이후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될 때까지 밀양 신공항을 지지하는 대구·경북·경남·울산과 가덕도 신공항을 주장하는 부산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졌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회가 2016년 6월 21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공용브리핑룸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그동안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을 벌인 연구결과를 최종 발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