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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디자이너] "청소년이 성매매? 그런 생각 자체가 폭력"

중앙일보

입력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청소년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조진경(49)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청소년 성매매’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는 게 꿈이다. 10대 청소년들이 성을 사고판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본다. 그는 “성매매 상황에 노출되는 과정이 ‘자발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따라 선택한 길이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며 “아이들이 성매매 현장에서 당하는 건 모두 성적 착취이자 성폭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가출한 청소년이 채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과 성관계를 갖고 ‘용돈’을 받았을 경우, 그 아이는 성매매 피해자가 아닌 대상자가 돼 처벌(보호처분)을 받는다. 조 대표는 “이 때문에 성매수자가 아이에게 ‘너도 처벌받는다’며 협박하고 신고조차 못 하게 막는 경우가 많다. 어떤 청소년이 처음부터 성행위로 돈을 벌겠다는 인생 계획을 짜겠냐. 아이들을 일탈의 덫에 걸리도록 내몬 사회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 개정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사이버상담 등 10대 피해자 지원 #“성매매 알선 채팅앱 처벌해야”

1992년 대학(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졸업 이후 줄곧 여성ㆍ인권 운동을 펼쳐왔던 그가 비영리민간단체인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한 건 2012년이다. 한소리회 사무국장, 다시함께센터 소장 등을 지내며 반성매매 운동을 벌여온 그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가 큰 시기인 청소년기 피해자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 운영ㆍ활동비는 여성가족부와 아산나눔재단 등 정부ㆍ기업 등에서 지원받는 사업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센터에서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사이버 공간에서 성매매 피해 정황이 보이는 청소년들에게 쪽지를 보내 상담을 제안하는 ‘사이버또래상담’ ^피해자들에게 의료ㆍ법률ㆍ주거ㆍ상담ㆍ학업 지원 등을 직접 연결해주는 ‘SNS(Stop and Start)’사업 ^피해자들의 정서 치유와 자립ㆍ자활을 위한 캠프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이 중 사이버또래상담의 상담 건수는 매년 10만 건이 넘는다. 조 대표는 “피해 청소년들이 자신이 성매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성매수자와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태를 전했다.

청소년들을 성매매 범죄 현장으로 유인하는 채팅앱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최근 조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활동이다. “외로운 아이들, 용돈이 필요한 아이들이 채팅앱을 통한 성매수자의 제안에 쉽게 넘어간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이 너무나 간단하고 성인 인증 절차도 없어 성매매 정황에 노출되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2016년 문제가 되는 애플리케이션 7개를 고소ㆍ고발했지만, 지난해 10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항고했다. 채팅앱이 사이버상에서 성매매 알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증거는 많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하려고 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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