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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26화. 염력과 초능력

중앙일보

입력

일러스트=임수연

일러스트=임수연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면

한 사람이 영웅이 됩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에서 뿜어져 나온 신비한 기운이 스며든 약수 덕분에 초능력을 쓸 수 있게 됐거든요. 손을 뻗기만 해도 멀리 떨어진 물체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바로 염력이 생겨난 겁니다.

힘을 얻은 주인공은 하나뿐인 가족에게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 '염력'은 초능력에 대한 이야기예요. ‘초능력’은 인간의 힘을 넘어선 어떤 능력을 가리킵니다. 남보다 좀 더 뛰어난 재능,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 보통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얻을 수 없는 어떤 능력. 우사인 볼트가 100m를 9초대에 뛰는 것은 분명히 놀랍지만, 그것을 ‘초능력’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과학에서 볼 때 인간의 달리기 한계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만) 8초대라고 하거든요. 100m를 6초나 7초에 뛴다면, 그건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초능력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은 절대로 불가능한 어떤 능력, 현대 과학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능력이기 때문이죠.이러한 초능력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에서 주인공이 가지게 되는 힘은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인다고 해서 '염동력'(psychokinesis·PK) 또는 '염력'이라고 부르는 능력입니다.

‘염력’은 어떠한 물리적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물체에 힘을 가하는 능력입니다. 생각만 해도 물체가 공중에 떠오르고 구부러지고, 심지어 산산조각 나기도 하죠. 염력은 이야기에 나오는 초능력 중에서 가장 흔합니다. 물체를 공중에 띄우기만 하면 되니 표현하기 쉽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인데요. 염력의 힘은 생각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보통 사람의 힘보다 훨씬 강합니다. 평범한 사람은 쌀 한 가마니도 무겁지만, 염력으로는 자동차나 탱크, 심지어 건물을 들어 올립니다. 공중에 떠오른 사람 주변에 거대한 물건이 떠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그야말로 염력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연출입니다.

염력은 남에게 들키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합니다. 생각만으로 물체에 힘을 가할 수 있다는 건 누가 그걸 했는지 모르게 할 수 있다는 거죠. 사람이 다가가지 않고도 물체를 움직일 수 있으니, 남에게 들키지 않고 물건을 빼내거나 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마음먹기에 따라선 완벽한 살인도 가능합니다. 혼자뿐인 방에서 칼에 찔려 죽거나, 아무것도 없는 데서 발이 걸려 넘어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코난도 김전일도 추리할 수 없는 완벽한 범죄도 꿈은 아니죠.아니,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죠. 가령 심장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떼기만 하면 심장이 멈추어 버릴 테니까요.

일반적으로 염력은 눈으로 본 것에만 힘을 줄 수 있다고 표현돼요. 게다가 영화에선 손을 뻗어야만 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보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니까요. 눈으로 보건, 카메라로 보건, 염력이 작동하는 곳에선 무적이니까요.다행인 점은 염력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에서 생각만으로 힘을 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체를 움직이려면, 그만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물체를 들어 올리려면 그 물체의 중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위치에너지가, 물체를 빠르게 이동시키려면 그 중량과 가속도에 해당하는 만큼의 운동에너지가 필요하죠. 가령 염력이 뇌파로 뭔가를 움직이는 힘이라면, 뇌파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요. 몸에서 엄청난 힘이 발생해야 하니 당연히 금방 배가 고파질 겁니다.

멀리 떨어진 물체를 움직이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중력이나 자력을 이용하면 떨어져 있는 물체에도 힘을 가할 수 있으니까요. 언젠가 과학으로 염력을 실현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세상은 굉장히 많이 달라질 거예요. 사람들이 공중에 붕붕 떠서 날아다니고, 사고가 나도 금방 해결할 수 있겠죠. '염력 사용에 주의합시다' 같은 포스터가 거리에 붙어 있고, 염력 범죄에 맞서는 사람들이 활동하고... 상상은 끊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염력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것은 분명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으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하지만 염력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딸과 사이가 좋지 않은데, 염력이 있다고 해서 사이가 좋아지는 건 아니죠. 염력은 굉장한 능력이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진 못합니다. 결국 염력이 멀리 떨어진 물체를 움직일 순 있어도 사람과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건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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