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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경기 6골…'특급 조커' 이동국, 짧고 굵게 뛴다

중앙일보

입력

K리그 전북에서 특급 조커로 활약 중인 이동국. 올해 한국나이로 불혹인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K리그 전북에서 특급 조커로 활약 중인 이동국. 올해 한국나이로 불혹인 그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특급 조커’ 이동국(39·전북 현대)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한국나이로 마흔…박동혁 감독과 동갑 #8경기 교체 출전, "주어진 시간에 최선" #위치 선정 좋고 공 낙하지점도 잘 포착 #전북, K리그 2위에 챔피언스리그 16강

프로축구 선수 이동국은 1979년생,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동갑내기 박동혁은 프로축구 아산 무궁화의, 그보다 한살 많은 고종수는 대전 시티즌의 감독이다.

두세 번은 은퇴하고도 남았을 나이가 무색하게 올 시즌 9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고 있다. K리그1에서 2골,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을 뽑았다.

출전시간은 길지 않다. 올 시즌 9경기 중 8경기에서 교체 출전했다. 주로 후반 15분 이후 교체 투입됐다. 출전시간은 총 305분, 51분당 한 골씩 넣는 셈이다. 한 골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수퍼 서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본 가시와를 상대로 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는 라이언킹 이동국. [사진 프로축구연맹]

일본 가시와를 상대로 골을 터트린 뒤 포효하는 라이언킹 이동국.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동국은 지난 8일 K리그1 포항 스틸러스전에선 교체투입 4분 만인 후반 18분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전북은 이 결승골 덕분에 2위(4승1패)로 올라섰다.

이동국은 지난 4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5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 전에도 후반 21분 교체로 들어갔다. 그리고 11분 뒤 왼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2-0 승리를 거둔 전북은 조별리그에서 4승1패를 기록하며 16강행을 조기 확정했다.

지난 2월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가시와 레이솔의 2018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이끈 전북 이동국. [뉴스1]

지난 2월1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가시와 레이솔의 2018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이끈 전북 이동국. [뉴스1]

이동국은 K리그에서만 473경기에 출전해 204골을 터트린 ‘K리그 전설’이다. 지난 시즌부터 선발보다는 김신욱 같은 공격수의 교체멤버로 출전하고 있다. 출전시간이 길어질수록 득점 기회도 늘어난다. 하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팀을 위해 묵묵히 뛴다. 이동국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된다.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되기 위해 항상 준비한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동국은) 찬스가 났을 때 (골로) 결정짓는 확률은 여전히 한국 선수 중 톱클래스다. 움직임이 빠른 데다 위치선정이 좋고 볼의 낙하지점을 잘 예측한다"고 칭찬했다. 어느덧 프로 21년 차. 이젠 축구에 도가 텄다. 언제 슈팅할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어떤 강도로 때려야 할지도 정확히 안다.

2004년 부산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동국이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4년 부산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동국이 기뻐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동국의 전매특허인 ‘발리슛’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볼이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정확히 차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태극마크를 달았던 2004년에는 바로 그 오른발 발리슛으로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렸다. 이동국은 “나는 팬들에게 불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발리슛만큼은 인정해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올 시즌 6골 중 2골을 발리슛으로 넣었다.

전매특허 발리슛을 시도하고 있는 이동국. [중앙포토]

전매특허 발리슛을 시도하고 있는 이동국. [중앙포토]

2006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던 이동국은 재활 과정에서 논스톱슛을 집중연마해 ‘발리슛 장인’이 됐다. 한 박자 빨리 슈팅하고, 골키퍼 몸을 향해 슛을 쏴 유효슈팅으로 연결하는 게 그만의 비결이다. 한준희 위원은 “이동국은 균형 감각이 좋고 볼을 끝까지 보고 때린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1998년 포항에서 데뷔할 당시 체중 80kg였는데, 지금도 거의 그대로다. 허벅지 둘레는 26인치, 부상을 당하면 잘 때도 아이싱을 한다. 그런 철저한 자기 관리가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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