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지난해 500만원 이상 월세 140건, 월 2000만원짜리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한 달 임대료가 500만원이 넘는 ‘고가 월세’ 아파트 계약이 지난해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선 월세가 2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등장했다.

지난해 전·월세 거래 자료 분석 #외국인 임원이나 연예인 추정 #시세보다 비싸 불법 증여 의심도

10일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아파트 전·월세 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증금을 뺀 월세액만 500만원 이상인 아파트는 총 140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57건)의 2.5배 수준이다.

지난해 월세 거래 상위 10개 단지

지난해 월세 거래 상위 10개 단지

월세가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 엑소디움’이다. 전용면적 181㎡(32층)가 지난해 6월 보증금 없이 월세 2000만원에 계약됐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유림노르웨이숲’ 전용 115㎡(월세 1700만원),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 전용 244㎡(1500만원),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숲 화성파크드림S’ 전용 84㎡(1400만원),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240㎡(1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경기도 성남시 판교 ‘봇들마을 1단지’ 전용 82㎡와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전용 241㎡ 등도 월세 1000만원 대열에 합류했다.

고액 월세를 지불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외국인 임원과 연예인 등을 꼽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외국인 임원은 기업 본사가 주거비용을 지원해주고, 연예인은 소속사 지원으로 고액 월세를 내며 산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집을 사는 대신 월세로 지불하는 게 익숙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주식이나 펀드 등에 목돈을 투자하고 거주는 월세로 하는 자산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편법 증여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59㎡(24층)의 경우 지난해 6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13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같은 주택형이 월 160만~170만원 선(보증금 1억원 기준)에 거래된 것과 큰 차이가 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상적인 거래가 아닌 것 같다”며 “부모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자녀에게 월세 형태로 거액을 건네줬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고가 월세 아파트 거래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세 물건이 넘쳐나고 있어 수요자들이 값비싼 월세 찾기를 꺼리고 가격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