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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ㆍ천안에서 감귤 재배?…온난화가 한반도 농산물 지도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기후 변화로 국내 농작물 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 경북 영천이 주산지였던 사과는 강원도 정선ㆍ영월 등지에서 생산되고, 제주에서만 나던 감귤 재배지도 경기 이천ㆍ충남 천안까지 북상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 #1970년-2015년 주요 소비 작물 재배지 비교 #사과·포도 재배 강원 산간 지역으로 확대 #감귤·단감 재배 한계선도 점차 북상 중 #2050년부터 '국민 대표과일' 지도 바뀔 듯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농작물 주산지 이동현황’에 따르면 1970년과 2015년 주요 소비 작물(사과,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인삼)의 지역별 재배면적을 비교한 결과 주산지가 모두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가 심화된 결과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연평균 기온은 0.67℃ 올라갔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1980년 전국에 걸쳐 생산되던 사과는 1995년 이후 충남 일부, 충북, 경북지역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되는 추세다. 과거 사과 주산지였던 대구와 경산ㆍ영천ㆍ경주 등의 재배면적이 감소한 반면. 정선ㆍ영월ㆍ양구 등 강원 산간지역까지 재배지가 확산됐다. 통계청은 이 추세대로라면 21세기 말인 2080~2090년대에는 사과 재배가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추정했다.

 포도도 사정이 비슷하다. 김해ㆍ밀양ㆍ양산ㆍ창원 등 경남지역에서 재배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영월ㆍ삼척ㆍ양구 등 강원도에서는 재배면적이 빠르게 증가 중이다. 그 외에 같은 위도라도 비교적 생육기 기온이 낮은 가평, 화성, 포천, 영월, 거창, 남원, 무주 등에서 포도 재배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복숭아는 1990년 이후 경기도(부천, 평택 등)와 충남(천안, 아산, 논산 등) 대신, 강원도(춘천, 원주 등), 충북(충주, 음성, 영동, 옥천 등), 경북(영천, 경산, 청도 등)에서 활발히 생산되고 있다. 통계청은 포도와 복숭아 생산량이 2050년까지 증가 곡선을 그리다가 이후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따뜻한 기후에서 나는 작물은 생산 지역이 점차 넓어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과일이 제주도에서만 생산되던 감귤이다. 감귤은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주도에 재배면적이 집중됐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경기도 이천과 충남 천안에서도 각각 1ha 규모의 감귤밭이 조성돼 생산을 하고 있다.

 1980년대 따뜻한 남해안(순천,광양,창원,김해,밀양 등)에서만 재배되던 단감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경상도 동해안 지역(경주,포항,경산 등)과 전라도 서해안(나주,장성 등)을 중심으로 단감 재배지가 확대됐다. 2000년대에는 동해안을 따라 경북 영덕 등 내륙 지역까지 재배지가 북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삼은 전통적으로 충청지역(금산, 음성, 괴산 등)을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1995년 이후부터는 강원지역(홍천, 횡성, 원주, 춘천 등)에서도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온난화에 따른 작물 주산지 이동은 장기적으로 ‘국민 대표과일’의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김진 통계청 농어업동향과장은 “과거 생산ㆍ소비가 많았던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재배가능지는 감소하는 대신, 아열대 기후에 적합한 감귤, 단감 생산지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온난화는 전 지구 온난화 비슷한 속도로 진행 중이다. 통계청이 1973년과 2017년의 기온 증감을 권역별로 살펴본 결과 제주 지역 상승 폭(1.14℃)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0.91℃), 강원권(0.90℃) 이 뒤를 이었다. 김 과장은 “이 추세대로라면 강원도 산간을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이 21세기 후반에는 아열대 기후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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