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임안 처리 시간 끌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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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무현 대통령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국회 국정감사 이후에 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은 한달 후에 해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야당의 즉각적인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盧대통령이 정국경색을 일부러 유도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하루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

盧대통령이 金장관의 해임건의를 야당의 횡포라고 보는 입장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국회가 헌법상 부여한 절차에 따라 통과시킨 해임건의는 대통령이 적절한 기간 내에 처리하는 것이 정도다. 그것이 대의정치의 요체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이런 근본적인 헌정 질서를 무시한다면 그 국회에서 통과한 각종 법률은 어떻게 되며, 정부 정책에 저항하는 집단시위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金장관을 해임하면 거대 야당이 수시로 장관 해임안을 내지 않겠느냐는 盧대통령의 걱정도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해임안 남발을 막는 예방책이 왜 국정을 파탄시키고,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야당과 오기 대결을 벌여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그 와중에 국민이 입을 상처와 피해는 무엇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국가 안보와 민생경제는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도 헤쳐나가기 힘든 판국에 대통령이 야당과의 갈등국면을 최고조로 조성하는 행위는 현명한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정부가 불편을 겪고, 국민이 불안해지고 하면 그때 가서 결단을 내려도 늦지 않다"는 盧대통령의 언급도 적절치 않다. 어차피 물러나게 할 장관을 놓고 국민과 국정을 볼모로 야당과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장관을 지켜주는 의리보다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의 우선적 책무다.

金장관 스스로도 어제 TV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 처리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이미 국민의 뜻이 분명해진 이상 金장관에 대한 처리를 늦춰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