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 4개월 체납되고 나서야 숨진채 발견된 모녀 사연은
남편과 사별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40대 여성이 세살배기 딸과 함께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됐다.
충북 증평 아파트서 40대 엄마 세살배기 딸과 극단적 선택 #경찰 지난해 9월 남편과 사별한 뒤 생활고에 시달려 #단전·단수 등 지원조건 없어 복지사각 대상자서 제외
8일 충북 괴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5시18분쯤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A씨(41·여)가 집 안에서 그의 딸(3)과 함께 침대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은 이불을 덮고 있었고 A씨는 딸 곁에 누워있었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상태를 고려했을 때 모녀가 두 달 전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모녀의 죽음은 아파트 관리비가 수개월째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확인됐다. 아파트 관리소 관계자는 “4개월 정도 아파트 관리비가 연체되고 있어서 A씨 집을 찾아갔으나 문이 열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A씨는 월세는 물론 수도비와 전기요금까지 수개월치가 미납된 상태였다.
심마니 생활을 하던 A씨의 남편은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경찰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타살 의혹은 없다”며 “A씨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힘들다’는 내용을 유서에 쓴 것으로 미뤄, 남편이 떠난 뒤 경제적으로 어려운데다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채무 관계와 집 소유 관계를 파악 중이다.
A씨 가정은 남편의 죽음으로 소득이 없었지만 정부가 지정하는 수급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별다른 소득 없이 딸과 함께 생활했다. 딸에게 지급되는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을 받았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보증금 9900~1억5000만원에 월 임대료 10~15만원을 내는 임대아파트였다. A씨는 이 아파트 32평에 살았다. 증평군 관계자는 “실제 소득은 없었지만 고가의 아파트 임대보증금이 재산으로 잡혀있어 저소득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사회보장급여 대상자를 선별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업에도 A씨 가정이 체크되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국민연금 체납, 단수·단전 등이 이상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2달에 한 번씩 복지사각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한다. 올해 국민연금관리공단, 한전, 사회복지사와 이·통장 등을 통해 발굴된 증평군내 수급 대상자는 1월(87세대)과 3월(35세대) 등 두 차례에 걸쳐 122세대가 발견됐다. 하지만 A씨 가정은 이 명단에 없었다. 군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체납됐지만 단전·단수 등이 이뤄지지 않아 A씨의 상황을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주변 사람들이 A씨의 사정을 몰랐던 것으로 봐서 이웃과의 교류도 적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