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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김태호 리턴매치 … 지방선거 대진표 나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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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8호 08면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될 6·13 지방선거의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광역단체장 17곳 중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울산·대구·경북·강원 5곳을 단수 추천했고 나머지 12곳은 22일까지 경선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자유한국당은 강세인 대구·경북(TK)은 경선으로, 서울·충북·경남 등 주요 지역엔 한 명을 ‘전략공천’했다.

수도권·PK 최대 승부처 떠올라 #민주당 서울 경선 결선투표 갈 수도 #한국당 김문수 완주 여부 관심 #역대 선거, 대통령 지지도와 맞물려 #“정책선거 실종 가능성” 우려도

민주당 부산시장·경남지사 석권 총력전

전통의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장 선거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선언으로 23년 만에 3파전 양상이 됐다. 민주당에선 박원순 시장과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된다. 한국당에선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9일 출마선언을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민주당에서 관전 포인트는 결선투표까지 가느냐 여부다. 박 시장이 우위를 보이지만 절반을 넘지 못할 경우 2위 득표자와 양자 대결을 해야 한다. 박영선·우상호 의원은 7년 전 안 위원장이 박 시장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사연이 부각하고 있다. 둘은 “박 시장이 안 위원장을 상대로는 공세적인 선거를 벌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문수 전 지사의 완주 여부도 관심이다. 김 전 지사는 “중도하차는 없다”고 말하지만, 정치권에선 “지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서울시장-경기지사 빅딜설’이 현실화할 수 있다”(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망이 끊이질 않는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김 전 지사가 정치적 상징성 있는 지지를 확보하지 못할 듯하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유권자에 의한 박원순·안철수 양자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경우 접전 가능성도 있는데, 진보 진영이 박 시장에게 결집하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지사를 두곤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이 치열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우위이나 전해철 의원이 친문(親文)을 내세운다. 한국당에선 남경필 현 지사가 재선에 도전한다. 수도권의 한국당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재명 시장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보수세가 강한 경기 북부에서 지지도가 높은 남 지사와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선 ‘친문 대 친박’의 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한국당 소속의 유정복 현 시장이 재선을 목표로 뛴다. 민주당에선 친문 색채가 강한 박남춘 의원이 앞서가는 가운데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교흥 전 의원이 ‘준비된 시장’을,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이 ‘첫 여성시장’을 내세우며 경합 중이다.

안희정 영향력 사라진 충청 민심 안갯속

민주당의 부산·경남(PK)에서 승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이래 숙원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판을 짠’ 이유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부산시장은 물론 경남지사까지 석권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에선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국당의 서병수 현 시장과 4년 만에 재대결을 벌인다. 오 전 장관은 2014년 선거에선 1.3%포인트 차로 고배를 마셨다.

경남에선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자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한국당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와 리턴매치를 벌인다. 두 사람은 2012년 19대 총선 때 김해을에서 맞붙어 김 전 지사가 5136표(4.2%포인트) 차로 승리한 바 있다. 김 전 지사는 5일 후보로 확정된 뒤 “제 생명과도 같은 경남을 지키겠다”고 했고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자”고 말했다.

울산은 한국당 김기현 시장 대 민주당의 송철호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대결을 벌인다.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시장 비서실을 압수 수색을 한 일까지 겹치며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보수의 마지막 아성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에선 한국당에 민주당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의 경우 대구에서 권영진 현 시장과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재만 전 최고위원,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경북에선 김광림·박명재·이철우 의원과 남유진 전 구미시장 등 각각 네 명이 경선을 치른다. 결과는 8일 나온다.

민주당은 대구에서 23년 만에 경선을 치르는데 이상식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비서관, 임대윤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사회조정1비서관 등 3명이 경쟁한다. 경북도지사 후보론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에선 대전시장에 이상민 의원, 허태정 전 유성구청장, 박영순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충남지사에 양승조 의원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 충북지사에 이시종 지사와 오제세 의원이 도전했다. 한국당은 대전에 박성효 전 시장을, 충남에 이인제 전 경기지사, 충북에 박경국 전 안전행정부 차관을 공천한 상태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 추문에 이은 하차는 결과적으로 충남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날 것 같다”며 “유권자의 이념성향 등 펀더멘털을 보면 여당 우위의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올드보이(이인제)라 인물 변수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도에선 평창 올림픽의 순풍을 탄 민주당의 최문순 지사의 3선 가도에 한국당의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1차관이 도전장을 냈다.

호남에선 민주당 경선이 본선처럼 여겨지고 있다. 광주에선 강기정·양향자·이용섭 예비후보 등 3명이 경쟁하고 있고 전남에선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장만채 전 전남 교육감이, 전북에선 송하진 현 지사와 김춘진 전 의원이 공천을 받기 위해 다투고 있다.

제주에선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는 원희룡 지사의 재선 도전에 민주당 김우남·문대림 예비후보가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김방훈 도당위원장이 공천됐다.

민주당 기존 9곳에 얼마나 더 추가할까

1995년 지방선거 이래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계열은 3~9곳을 차지한 데 비해 한국당은 5~12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그간 최고 성적을 거둔 2014년(9곳) 기록을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9+α다. 한국당의 홍준표 대표의 마지노선은 현 단체장이 있는 6곳(부산·대구·인천·울산·경북·경남)의 사수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최고 성적을 갱신하겠다는 것이고, 한국당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는 일만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로선 한국당이 낙관할 처지는 아니다. 일단 대통령 지지도가 7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민주당이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노무현’ 경력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허용키로 결론냈을 정도다. 역대 선거에서 여당은 대통령 지지도가 낮으면 고전했지만, 높을 땐 선전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이 16곳 중 12석을 휩쓴 2006년은 노무현 정부 4년 차 때였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과거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이번 선거에서 보수야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 두 정당 격차가 30%포인트인데 샤이보수가 있어도 역전시키기 쉽진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판세가 기울어졌다는 데 동의했다. 가 교수는 “네거티브로 통한 흠집 내기나, 정책 대결이 아닌 포퓰리즘으로 선거가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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